소셜 네트워크 -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by Sion

소셜 네트워크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류 가필드,저스틴 팀버레이크 / 데이빗 핀처

- 11월 중순에 친구 A 놈과 메가박스 신촌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보고 왔습니다.

- 처음 한 10분? 정도까지는 주인공의 말투처럼 여러 상황이 정신없이 미친 듯한 속도로 터져나와 이해가기가 약간 버거웠는데 머리속에서 대충 상황이 정리되어 고 부분을 넘으면 영화 속 현재의 법적 공방과 과거의 학교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의 탄력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는 군요. 마치 이 영화에서 다루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처럼 말입니다. '트위터'도 그렇고 모든 SNS는 처음에 인터페이스나 기능 그리고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룰(?)의 허들을 넘기 좀 힘들죠. 하지만 그 허들을 넘고 나면 중독이란 말밖에 쓸 수 없는 시기가 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예로는 리즈 시절의 '싸이월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아메리칸 너드의 쩌는 덕내와 자의식 과잉으로 사실은 좋아했던 여자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보낸 후 하버드 기숙사로 돌아오는 과정에 흘러나오는 BGM - 아마도 칩튠뮤직삘 나는 OST 2번 트랙 'In Motion'? - 은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의 캐릭터를 음악 한방을 잘 정리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있어야만 탄생할 수 있는 음악, 뿅뿅 거리는 8비트음의 유치함, 게임의 화려한 원색과는 정반대로 골방에 처박힌 훼인의 이미지 등등.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이 '소셜 네트워크'의 음악을 맡은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와 아티커스 로스의 음악은 영화 전체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이야기가 리듬을 타는데 상당히 주요한 요소였던 듯.

- 그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마크 주커버그가 입고 있던 후드티 가슴에 써있는 상표 GAP. 같이 본 친구는 "저 생퀴는 태생이 슈퍼 갑(GAP)이여(먼 산)"라고 한탄했...(쿨럭;;) 다른 의미로는 사람 사이에 쉽게 메워질 수 없는 간극에 대한 것이기도 하겠죠.

- 그의 유치함 혹은 찌질함은 명함에서도 잘 드러나죠. '내가 회장이다, 썅뇬아.(I'm CEO, Bitch.)' 어떻게 보면 여자 때문에 시작한 일이니 저렇게라도 자기 과시를 하지 않고선 참을 수가 없었을듯(션 파커가 자기 억하심정도 은근슬쩍 끼워넣은 셈이지만;;). 마치 홍상수 영화에서 보인 남자 주인공들의 찌질함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영화 전체적으로 서로 변호사를 끼고 자기 입장에서 페이스북의 탄생 과정을 얘기하는 것은 그 유명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떠오르게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대체 뭐가 진실인지 묘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요. 실제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이 영화 사실 아니라능!'이라며 무시하고 있다죠;; 근데 엔딩 장면에 뜨는 자막에 윈클보스 형제에게 6천5백만 달러를 합의금으로 내놓고 가장 친한 친구이자 CFO였던 왈도 세브린에게 액수를 밝힐 수 없는 합의금을 내놓은 걸 보면 적어도 착상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도용과 투자 과정에서의 주식 조작(?)은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여자 땜에 시작했다 같은 소소한 건 둘째치고;;). 합의한 대상과 합의 사실이 거짓이라면 이건 당장 소송감 아닐까해서요;; 영화속 대사에도 등장한 것처럼 기업가치 28조 원의 페이스북 CEO에겐 뭐 1천억 원도 안 되는 합의금 따위 껌값이겠지만 말이죠_no

- 항상 그렇다고 할 순 없어도 사업이고 연애고 대부분의 일에서 먼저 깃발 꽂는 놈이 이기는 건 많은 경우 사실인듯;;

- 이 영화를 보면서 "아 씨바, 난 역시 부잔 못 되겠구나(먼 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_no 좀 희화화된 면도 있긴 하지만 전 윈클보스 형과 왈도에게 좀 더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물론 마크 주커버그와 냅스터의 창시자이자 마크의 멘토 역인 션 파커의 행동과 비전이 확실히 사업에 있어서 더 좋은 작용을 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죠.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윈클보스 형제가 제시한 하버드커넥션과 왈도의 소소한 광고 전략을 채택했다면 오늘날의 페이스북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숀 파커로 나오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군요. 그가 'N Sync'로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 음악산업 공공의 적으로 일컬어지던 MP3 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의 창시자로 나온다는게요ㅎㅎ 하지만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깨알같은 재미는 역시 'Dick in a Box'ㅋㅋㅋ 오랜만에 다시 감상하시길(물론 이걸 실제로 해버리시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은팔찌를 선물 받겠죠;;).



- 왈도 세브린역의 앤드류 가필드는 차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로 낙점된 상태라는데 그 전야제라도 하는 건지 여기서도 어찌나 불쌍하던지ㅠ.ㅠ 돈에 속고 돈에 우는 그라면 프롤레타리아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을 훌륭히 해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먼 산)

- 어제는 친구이자 동지였지만 이젠 싸우게 되어 버린 사람들이 직접 만나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페이스북'이라는 SNS를 만들었다는 것도 좀 아이러니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역시 '사람'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줬지요.

- 동시에 사람은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네요. 이미 두 손 가득 뭔가를 쥐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것을 잡고 싶다면 이미 쥐고 있던 것은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쥐고 있는 것과 잡고 싶은 것 둘 모두 너무나도 소중할지 모르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사람인데_no 결국 모든 일 그리고 사람에는 장점이 있다면 단점이, 단점이 있다면 장점이 있다는 소리고 사람이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순 없다는 평범한 진리의 재확인이었습니다. 미국 포스터에 적힌 '5억 명의 친구를 갖기 위해선 몇 명의 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문구는 참으로 적절하죠(반면 한국판 포스터의 학벌 자랑 돈 자랑 문구는 정말 qt 돋네ㄱ-). 실제 본 적도 없는 5억 명의 친구를 갖기 위해 만든 그 몇 명의 적이라는 게 어제까지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같은 학교에서 얼굴보는 동문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네요. 그 평범한 이야기들을 이렇게나 비범하게 그려내다니 참 대단합니다;;

- 뭐 현실적으로 돈이 있으면 킹왕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영화속 마크 주커버그는 행복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을 포함해 그 모든 것을 있게한 동인인 에리카에게는 결국 인정받지도 못하고 그녀를 손에 넣을 수 없었으니까요.

-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F5 갱신은 정말 올해 잊을 수 없는 엔딩 중에 하나일 듯(이런 찌질한 짓 안 해본 사람 몇 안 되지 않을까ㅋㅋ). 얼마전 '초능력자'에 데었던 탓에 마지막 장면이 '친추가 허락되었습니다.'란 화면이 띠링~ 뜨며 끝나는 ㅂㅅ같은 엔딩일까봐 조마조마 했...(쿨럭;;)

- 사람들은 왜 눈앞에 보이는 휴먼 네트워크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 혹은 그걸 망가뜨려가면서까지 - 누군지도 모르는 소셜 네트워크에 열광하는 걸까요? 소셜 네트워크는 휴먼 네트워크의 '확장'이 되어야지 '대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덧글

  • 샤베트 2010/11/30 18:26 # 답글

    sns 우리들의 사는 얘기인것 같습니다.
    세분화된 오프라인 삶을 뭔가 한대 모아준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한창 하다가 요샌 뜸하게 안하게 되네여. 이미 홈페이지나 마니홈피는
    모두가 경험해봐서 그런지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국내산 c로그 미투데이에 모두가 열광하는것 같아요.
  • Sion 2010/12/01 02:11 #

    네, 정말 이번에 감독+각본가가 SNS의 홍수에 사는 우리가 바라던 혹은 놓치던 얘기의 정곡을 찔렀다고 봅니다. 뭐든 불탈 때가 있으면 시들 할 때가 있겠죠. 뭐 SNS 뿐 아니라 사업도 연애도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