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Colorful) - '살아있다'는 기회 by Sion

컬러풀
하라 케이이치

-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SIFFF)의 상영 프로그램으로 CGV 송파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보고 왔습니다.

- 영화제 홈페이지에는 '나오키 상 수상 작가 모리 에토의 아동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죽음과 윤회, 다시 찾은 생이라는 소재를 절묘하게 배합한 이야기. 저승 문턱에 선 '나'는 전생에 지은 죄를 기억하고 교정하는 조건으로 타인의 몸 속에 영혼을 입혀 환생한다. 나의 영혼이 깃든 이는 중학교 3학년 나이에 자살한 소년 고바야시 마코토. 하늘의 사자 푸라푸라의 안내로 마코토가 되어 그의 역사를 탐문하던 나는 점점 소년의 비밀에 다가간다.'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놓쳤으면 후회할 뻔 했던 작품이었습니다;ㅁ;)b 하라 케이이치(原恵一) 감독의 작품은 명불허전이었던 '짱구는 못말려 - 폭풍을 부르는 모레츠! 어른제국의 역습(クレヨンしんちゃん - オトナ帝国の逆襲)'과 개인적으로 크게 재밌지는 않았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河童のクゥと夏休み)'까지 두 편을 봤었습니다. 저한테 이 '컬러풀'은 어른제국의 역습 급으로 감동적이었어요ㅠ.ㅠ)b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하라 케이이치(原恵一) 감독 사인. 티켓은 '컬러풀'. 아오슈발 이노무 CGV 영수증 말고 티켓을 내놓으라고ㅠ.ㅠ -

- 등장 인물이 일반적인 요즘 일본 아니메답지 않게 정말 생동감 있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등장인물이 그냥 캐릭터라는 하나의 기호로 톱니바퀴처럼 끼워 맞춰져 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모에계와는 확실히 여러 모로 다르단 느낌이 들었습니다(아니 뭐 모에도 잘하면 좋지만;;). 도구가 아닌 인간 같달까;;

- 그런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처럼 현실밀착적인 효과를 위해선지 이 애니메이션은 현실 사진을 배경으로 그림과 적절하게 배합해 활용했더군요, 그 연장선 상인지 등장 인물들의 얼굴 모양이 상당히 다양하고 표정도 여느 일본 애니와 다르게 상당히 풍부하고 독특했습니다.

-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은 PiFAN에서 보았던 나카시마 테츠야의 '고백'처럼, 잘못을 저질렀지만 섣불리 비난하기 어려운 나름의 사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심정적이든 물리적이든요.

- 초반 '나'의 흑백무성 영화 같은 저승의 일인칭 시점에서부터 푸라푸라를 만나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과정 그리고 '컬러풀'이란 제목이 뜨는 장면까지 상당히 역동감 있고 리듬이 좋았습니다. 그 오프닝만으로도 사람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면이 있더군요.

-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메세지 중 하나인 '사람은 단색이 아니다. 컬러풀하게 살아가자.'는 마치 '드래곤 라자'의 명 문구 중 하나인 '나는 단수가 아니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이 있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요즘 점점 잊어 가고 있던 것인데 정신 좀 차렸습니다;;

- 주인공인 마코토의 성장 애니메이션임과 동시에 가족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더군요. 보통 어느 작품이든 죽었다 살아나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면 적어도 가족 관계만큼은 마지노선이 되어주는데 녹록치 않은 가족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 하지만 그런 가족관계를 통해 주인공인 마코토 뿐 아니라 가족들도 성장을 보인다는 게 감동적이군요. 마코토의 죽음을 계기로 가족들도 삶에 무엇이 더 소중한지 깨닫고 바뀌었듯, 사람에게 '살아있다'는 기회는 참 소중하단 걸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확실히 이 정도 감동은 줘야 제대로 된 가족영화지요-_-)b

- 사실 가족이 모두 모여 볼 수 있다는 의미의 가족영화라기 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는 의미에서 '가족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되살아난 마코토의 가족 환경은 잔혹하다고까지 말할 만 하거든요;; 사춘기 남자아이라면, 아니 그냥 남자라면 확실히 자살을 생각할 법한 치명타 두 방이 연속으로 꽂혔으니;;

- 그러나 이 작품은 원작의 힘인지 그 잔혹한 환경을 눙치듯 피해 달아나지 않습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라면 주인공의 '오해'라는 편하고 더 잘 팔릴 길을 택할 텐데 이와는 다른, 정면돌파란 선택을 한 제작진의 용기에 박수를ㅠ.ㅠ)b

-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더 우직하니 좋았습니다. 마지막 푸라푸라의 "코바야시 마코토. 너는 분명히 죽었다. 그러니까 이젠 죽지 마."는 참 벅차오르게 만드는 대사였습니다ㅠ.ㅠ 삶을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용기와 가르침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지나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ㅁ;)b

한줄요약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ㄱ-)b (...)

P.S : 닥치고 정식 개봉 좀ㅠ.ㅠ 내가 한 두 번 정도는 더 봐줄 수 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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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irugi 2010/11/01 00:40 # 답글

    전 『어른 제국의 역습』보다 더 재미있던 것 같더군요. 하라 케이이치 감독이 또 하나의 경지?에 오른 듯도….
  • Sion 2010/11/01 01:46 #

    굳이 따지자면 저도 '컬러풀' 쪽이 좀 더 감동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졌을 정도에요;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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