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2010 복원판 with 요하임 베렌즈의 피아노 연주 by Sion

메트로폴리스
알프레드 아벨,구스티브 프로힐치,브리키트 헬름 / 프리츠 랑

며칠 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있었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2010 복원판 상영에서 보고 왔습니다. 프리츠 랑(Fritz Lang)의 1927년작으로 많은 걸작들이 그렇듯 작품성에 비해 흥행에 참패하여 필름이 상당히 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온전한 완전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2008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실된 필름 일부가 또 발견되어 올해 2010년판으로 복원되어 올해 초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다죠. 이것도 완전판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완전판에 가장 가까운 버전이라고 합니다.

그 2010년판 메트로폴리스가 실제 피아노 연주와 함께 한국에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40년 넘게 무성영화의 연주 활동을 해온 요하임 베렌즈가 현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긴 러닝타임 동안 점점 동화되어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듣고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_<

긴 러닝타임 동안 보면서 떠오른 것은 체코의 극작가 까렐 차뻭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로봇(Robot)'이란 말의 원형이 최초로 등장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R.U.R은 많은 SF 작품들이 그렇듯 로봇과 인간의 차이를 통해 계급 투쟁과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관이 오히려 독자가 발딛은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낸다고나 할까요. 한 10년 전쯤 처음 읽은 거 같은데 SF라면 '스타워즈'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만 생각하며 읽다고 꽤나 신선한 자극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메트로폴리스 역시 그런 면에서 R.U.R과 닮은 면이 있는 거 같더군요. 어쩌면 더 노골적으로 계급 투쟁에 관한 이야기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장르는 더 다양한게 들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SF를 기반으로 러브 스토리, 골렘 전설에 기반한 오컬트 요소, 마지막 지하 도시의 대홍수는 재앙영화 느낌까지 더해 기본적으로 SF이긴 하지만 약 100년 전에 등장한 혼합장르 블럭버스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혼합된 여러 요소들이 재밌었지만 특히 주인공과 마리아의 관계를 보며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지만 동시에 사람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애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계급 투쟁적 요소가 다소 급 봉합된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인트로부터 머리와 손 사이에는 심장이란 중재자가 필요하단 문구를 박아넣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엔딩 같기도 합니다;; 좀 더 깊숙히 파고 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요^^;

P.S : 2010 과천SF영상축제에서 하는 상영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포맷은 한국영상자료원과 동일한 것 같고요. 과천에서도 요하임 베렌즈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한다고 합니다. 11월 2일 저녁8시니 관심있으신 분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영화 역사상 최고의 SF 걸작이란 칭호가 붙은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니까요.^^


덧글

  • 2010/10/31 17: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ion 2010/11/01 01:45 #

    어잌후~ 역시 이런 귀한 행사는 계속 한 자리에 모이기 마련이군요^^ 이렇게 자주 한자리에서 뵙게 되니 나중에는 인사라도...^^;

    저도 그 점이 좀 신기했습니다. 그만큼 파시즘의 출몰이 시대의 자연스런 귀결이라는 것을 그들은 느낄 수 있었던 걸까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변사 공연은 제가 '청춘의 십자로' 때를 연상해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넋놓고 보고 있었어서 그런지 여러 표현이나 반전은 좀 놀라웠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