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의 영화 - 처음으로 공감한 홍상수 영화 by Sion

옥희의 영화
이선균,정유미,문성근 / 홍상수

지지난 주에 GV 있는 상상마당에서 보려고 문턱까지 갔다가 매진으로 _no 하고, 지난 주에 CGV 상암에서 일반 상영으로 보고 왔습니다.

2010 상반기 Sion의 영화 결산 Part.1 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영화를 본격적으로 많이 본 요 몇 년간 사람들에게 홍상수 영화의 훌륭함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 왔지만 정작 한편도 본 적은 없었습니다.

연애도 일종의 습관이듯 안 하다 보면 오히려 하기가 귀찮아 지잖아요? 그것처럼 홍상수의 영화는 어찌어찌 안 보다 보니 오히려 일부러라도 보기가 싫어지는 겁니다. 마치 휴일 오전의 단잠을 방해하는 빌어처먹을 교회 다니세요처럼 커플천국 솔로지옥을 모태 신앙으로 삼아 니놈 연애도 아닌데 자꾸 연애하라고 종용하는 오지라퍼 친구가 시켜준다는 소개팅은 더 하기 싫어하는 거처럼요ㄱ-(...)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올해 상반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홍상수 전작전을 한다기에 작정하고 한방에 몰아 보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귀찮다고 스킵해 버릴 수도 있었지만 뭔 바람이 불었는지 그렇게 됐네요;;

일단 소개팅 자리에 나가만 보면 한눈에 뿅간다니까?! 란 소릴 죽도록 한 친구들의 지겨운 잔소리를 더 이상 못 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나가 주는 게( <- )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하려나요ㄱ-(먼 산)

그렇게 이 오지라퍼들의 야코를 팍 죽여놔야지 하고 간 자리였는데... 진짜 뿅가 죽네_no(두둥!)

확실히 왜 그렇게들 홍상수의 영화들을 찬양했는지 알 법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전작전 중 맨 처음 본 '강원도의 힘'에서부터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ㅁ; ㅎㄷㄷ" 급 임팩트를 받았고요.
- 홍상수 사인(티켓은 '밤과 낮') -

하지만 처음에 홍상수의 영화들에선 과거 애니 좀 막 처볼 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대했던 것과 마찬가지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즐겁다거나 공감이 간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거든요. 전작전 이후 정식 상영 기간에 극장에서 본 첫 홍상수의 영화 '하하하'가 즐겁긴 했지만 여전히 인물들에 그렇게 공감이 가진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심지어 '하하하' 이전까지 홍상수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남자는 찌질하고 여자는 미쳤다고 생각 됐거든요;; '여태까지 수많았던 공감 백배란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공감이 간다는 거지??;;'란 생각만 계속 되었고요. 아무래도 나랑 가치관이 다르고 라이프 스타일도 다른 사람들인갑다~ 하고 아마 앞으로도 홍상수의 영화는 계속 대단하겠지만 내가 공감하게 되는 일은 없겠다 했는데...


그런데_그것이_실제로_일어났습니다.avi


이 '옥희의 영화'를 보면서 여태까지는 없었던 공감이 되더라구요_no 어느 한 캐릭터라기 보단 캐릭터들의 부분부분에 공감이 간 거긴 합니다만서도;;

근데 이게 홍상수가 득도하여 영화를 이젠 저같은 어설픈 놈조차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도 만들기 시작한 건지, 보는 내가 득도를 한 건지, 그도 아니면 걍 내가 찌질해진건지... 참 분간도 안 가고 이유도 모르겠데요_no ( <- )

암튼 중요한 건 여자 주인공 옥희로 등장하는 정유미를 리즈 시절인 '가족의 탄생' 때 뻑 가게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 오랜만에 참 좋게 나오더라는...ㅠ.ㅠ

시사회에서 공짜로 봤지만 내 두 시간을 돌려내라고 주최측에 항의하고 싶었던 '차우'를 보면서는 '지못미 정유미 쨔응ㅠ.ㅠ'이라고 가슴으로 울었고, '10억'에선 조금 나았지만 영화 자체가 뜬금없어서 그저 ㅠ.ㅠ 했고, '내 깡패 같은 애인'은 그 데미지가 회복되지 못해 차마 보러 가질 못했는데 나름 입소문이 좋길래 보러 갈까 했더니 이미 내렸고_no

다행히 그 중간에 '시선1318'에서 승리의 박보영과 함께 남학생들의 로망인 양호선생님으로 등장해 모처럼 정화의 찬스가 있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버텼지만요ㄱ-)b(...)
- 그런 의미에서 드디어 받은 정유미 사인(받은 곳은 '옥희의 영화' 엽서형 포스터) -


어째 좀 사심이 들어갔지만 아무튼, 정유미와 이선균, 문성근이 삼위일체로 내는 시너지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세 명이 눈 내린 겨울날 한 강의실에 모인 '폭설 후' 에피소드가 제일 예뻐보이더라고요ㅠ.ㅠ)b

에피소드들에 인물과 시간의 통일성을 부여하진 않았지만 정서적, 감정적 통일성을 부여한 그 미묘한 미스매치가 소소한 재미를 던져 주었습니다. 앞선 홍상수의 영화들과는 좀 다른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홍상수의 다음 영화도 공감할 수 있을지는 그때 가 봐야 알 거 같지만 어쨌건 그의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P.S : 어쨌건 저는 사인에 적힌대로 정유미와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매진 때문에 못 본 영화를 불굴의 의지로 다음주에 봤으니까요ㄱ-)b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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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10/05 09: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ion 2010/10/08 23:02 #

    1부의 그 질문도 그렇고 저는 딱 떨어지게 맞는 건 아니라는데서 도돌이표보다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생각나더라고요. 똑같은 시간을 반복하고 있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어긋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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