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 소녀를 위한 유니콘 by Sion

아저씨
원빈,김새론,김태훈 / 이정범

지난 주에 롯데시네마 신림, 이번 주에 메가박스 코엑스 시사회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보고 왔습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불붙는 담배. 한모금 빤 후 자욱하게 퍼지는 담배 연기. 시꺼먼 아저씨들끼리 새벽 낚시 가는 듯 다소 한가로워 보이지만 마약 거래 현장을 덮치기 위한 그 형사들의 몸놀림은 부산해지기 시작합니다. 마약과 팀장 김치곤은 썩소를 날리며 "빨리 하자~ 조서 꾸미고 설렁탕 먹어야지."라고 곰 같은 거인을 도발합니다. 그리곤 코렁탕 먹일 기세로 달려들어 단박에 때려눕히죠.

음, 어디서 본 배우다 싶었는데 '약탈자들'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주인공 역의 김태훈이었네요^^; 정작 그 영화에서는 족발 당수 같은 헛발질만 하더니 살인무예 뫄한머루의 남공파 6대 제자다운 절세 무공이 이 영화에서야 폭발하는 군요ㅋㅋ 그 영화와는 전혀 다른 신경질적인 그의 모습은 초반에 '원빈이 주인공이라 그러던데 이쪽이 주인공인가?;;'란 착각을 했을 정도로 포스있었습니다.

잘된 영화의 조건 중 하나는 주연들의 합을 잘 받아줄 좋은 조연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저씨'는 거기에 꼭 맞는 영화였습니다. 김태훈 뿐만 아니라 고릴라 같은 인상과 풍부한 표정으로 형사 캐릭터에 개그와 힘을 더해준 노 형사 역의 이종필, 자신을 위해서라면 마약이건 애들 신체 장기건 뭐든 팔아 치우는 비열한 만석 역의 김희원, 그 동생이자 뱀 같은 행동대장 종석 역의 김성오, 간간히 먹히는 개그까지 쳐준 몰락하는 보스 오명규 사장 역의 송영창 등등요. 나쁜 놈들이 제대로 나뻐줘야 나중에 주인공이 깨부숴 주는 맛이 각별해지거든요;; 캐릭터들이 꽤 많이 등장함에도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편이라 보는 재미가 풍성했습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알아서들 주의하시길

작년에 영화를 이것저것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 '아저씨'를 기다리면서 '마더' 이후 원빈의 변신도 변신이지만, 상대역 소미를 맡은 김새론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작년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에서 스스로를 흙에 파묻을 정도로 어른들의 거짓말에 너덜너덜해진 그녀의 "왜, 왜 약속을 안 지켜요? 말해준다고 했잖아요. 왜 약속을 안 지켜요?"를 기억하고 계시다면, 2000년생(!)으로 이제야 겨우 두자릿수 나이가 된 그녀의 앞날이 기대되면서도 무서울 테니까요. 저 역시 사실상 김새론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 영화를 보려고 했어요.

물론 이번 '아저씨'에서도 김새론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도 내가 창피하죠?"로 시작해 "아저씨가 나 구하러 온 거죠? 그쵸?"로 마감되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 진짜 지금도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 게...;ㅁ;)b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확실히 원빈의 영화입니다. 연기에 있어서도 '마더' 이후 확실히 원톱 주연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영화 자체가 원빈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성립되질 않아요.
첫 등장부터 일반인이 했다간 사회에 불만이 있냐거나 머리 좀 감으란 소릴 들을 법한 한쪽 눈 가린 헤어 스타일을 소화하고 있다든가, 마찬가지로 일반인에겐 불가능한 밥상 머리를 가로지르는 우월한 롱다리 자랑 장면부터 그렇죠(어?)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원빈의 클래시컬 블랙 수트처럼 주로 80년대 홍콩 느와르의 감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영화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는 모든 게 그 시절 느와르처럼 멋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해요. 사실 스토리는 그 시절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하나도 다른 점이 없거든요.

과거를 숨긴 특별하고 위험한 남자. 그가 구하고픈 사람. 근데 잘 생각해보면 딱히 그 사람이 중요하다기 보단 트리거에 가깝고. 좋게 말하면 로망 넘치는 공주 지키기지만 나쁘게 말하면 남자들끼리의 싸움의 핑계로 여성을 도구화 하는 것도 여전.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올바름 같은 걸 들이대기 시작하면 참 깝깝해 지는 영화고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 신민아를 가운데 둔 이병헌과 김영철의 싸움도 이와 유사한 느낌이 있었죠.

'아저씨'는 그 시절 그 장르의 모든 장점과 단점을 모조리 다 끌어 안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감독이 덕후ㄱ- 그리고 그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식이란 캐릭터에 원빈이란 존재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생각해보면 느와르는 연기력은 물론이지만 보이는 그 자체, 룩스도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느와르란 말 자체가 애초에 장르명이 아니라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말하는 거였던 것처럼요. 이게 삐끗하면 멋있어 보여야 할 장면들이 그저 같잖은 후까시로 전락하기 십상이거든요;; 그러니까 떠올려보세요, '영웅본색'의 머릿속 그 장면이 장국영이 아니어도, 주윤발이 아니어도 그렇게 멋질 수 있었겠는지. 저는 이 장르를 많이 본 편이 아니라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뭐랄까 연기력 이상으로 어떻게 보이는 사람이 그 캐릭터를 맡았냐도 굉장히 중요한 장르인 거 같아요.

그런 태식(원빈)이 클럽 화장실에서 도치의 어깨에게 칼을 박아 넣고 특유의 저음으로 "두 번 안 물어. 소미 어딨어."라고 묻는 장면은 진짜 멋졌습니다;ㅁ;)b 근데 찬찬히 생각해보면 왜 그리 소미(초반엔 그 엄마까지)를 구하려 했는지 좀 의아했어요. 흔히 이 영화와 닮았다고 얘기되는 '레옹'과도 좀 다른 게 극중 초반을 제외하곤 태식이 소미와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거든요;; 다코타 패닝의 리즈 시절보단 좀 늦나?;; 영화인 '맨 온 파이어'도 많이 얘기되던데 이건 안 봐서 잘 모르겠고;; 간간히 얘기되는 '테이큰'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점은 약간 비슷할지 몰라도 어떻게 보면 거의 페어리테일에 가까운 이 '아저씨'란 영화의 감정선과는 많이 달라요. 아무튼 아저씨+어린 여자아이라는 조합에서 '레옹'을 많이 떠올리기는 하지만 그 영화와 '아저씨'는 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후반부에 태식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왜 그렇게 소미를 구하려고 했는지 이해는 되는데, 이 역시 소미란 아이를 통해 과거에 지키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되새기고 있기 때문이지 소미란 아이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느낌은 좀 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조차 홍콩 느와르적인 전통인가? 싶기도 했지만 많이 보지도 않은 사람이 허튼 소릴 더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평범한 마약 범죄 영화일 수도 있었던 것이 원빈의 태식이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캐릭터가 끼어듦으로서 성격이 바뀌는 건 맞는 거 같습니다. 그가 전투를 벌이는 장소의 세트(특히 마지막 로마제국 같은 목욕탕)도 어딘가 연극적인 무대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 생기고요. 확실히 원빈처럼 생긴 거부터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안 되었을 영화ㅋㅋ
근데 이게 그 비현실적 캐릭터의 고전적인 멋을 과도하게 추구한 부분도 종종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특히 대사가 그랬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몇몇 부분의 대사는 원빈 보정(?!)으로도 극복이 안 되었습니다(이마저도 멋있달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태식이 차를 몰고 가며 만석에게 전화한 후 눈물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너희들은 내일을 보고 살아가지? 난 오늘만 보고 살아 간다. 그게 얼마나 좆같은 건지 보여줄게."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마지막엔 소미를 앞에 두고 모른 척 했던 걸 사과하면서 "너무 아는 척 하고 싶으면 모르는 척 하고 싶어져."라는 말을 하죠.

이처럼 대사들이 왜 거기서 그런 소릴했는지는 뭐 장르의 약속이랄까, 한 이유는 알겠는데 찌를 타이밍을 잘못 찾은 개그처럼 '으잉?;;'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아마 영화가 아니라 스크립트만 봤으면 "으악! 이런 의미불명의 쌍팔년도 대사를 창피한 줄도 모르고 씨부리다닛?!"이라고 비명을 지른 후 오그라든 제 손발은 일찌감치 퇴갤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나마 원빈이 했으니 멋있어 보이기라도 하는 거겠지(먼 산)

저는 이것이 앞서 말씀드린 80년대 관련 작품에 대한 덕심(혹은 팬심, 애정 등등)이 지나쳐서 나오게 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80년대 일본 만화의 대표적인 스위퍼물인 '시티 헌터'에서 가오리와 료가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하는 핸섬보이 에피소드를 떠올려 보죠. 냉혹한 킬러인 시티 헌터가 골목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500엔에 고용되어 무기밀매 기업을 초토화시키는 그 에피소드 말입니다. 의뢰를 해결한 후 료는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받았던 의뢰비 500엔을 다시 그 아이의 주머니에 넣어줍니다. 그리고 가오리가 그것을 눈치채자 이런 대사를 합니다.

"저 아이의 땀으로 빛나는 500엔... 나는 눈부셔서 받을 수가 없어." ...아악! 당시에 볼 땐 존나 멋졌는데 지금은 손발이 오글거려!;ㅁ; 지금도 만화책으로 다시 보며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면 분명 멋진 장면이지만, 이처럼 글로 대사만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보면 손발이 오그리토그리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웅본색'에서도 선글라스에 성냥개비 질겅질겅이 그때는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죠. 게다가 총알은 빗발치게 쏴대는데 탄창은 비지도 않고, 죽기 전에 할 말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적벽가 완창할 기세로 멋들어진 대사를 다 쏟아 내고야 겨우 죽었잖아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두 80년대스러운 감정이고 광경입니다. 이 '아저씨'도 그 정서를 이어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원빈의 대사가 그렇게 멋부림에 겨워하는 고색창연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 나를 덕후라 부르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오덕이라 부르는 건 참을 수 없어!(...) -


근데 이렇게 자기 취향(?)의 대사들과 감정을 과잉이랄 정도로 밀어 붙여 놓고 감독은 의뭉스럽게 그 사실을 인정하는, 혹은 보는 니들이 무슨 소리할지 다 안다는 듯한 재스처를 취합니다. 왜냐하면 태식이 저런 멋이 넘치는 대사를 할 때마다 듣는 상대 캐릭터가 꼭 한마디씩 돌려주거든요;;

위의 내일오늘 대사를 할 때는 듣고 있던 만석이 이 병신이 뭐래는 거야?란 뉘앙스의 대사를 돌려주고, '너무 아는 척 하고 싶으면 모르는 척 하고 싶어져.'에서는 소미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더군요;;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러자 태식은 한술 더 떠 이렇게 대답하며 처음으로 웃습니다. "나도 몰라."

이 감독의 자기 고백(?) 중 백미는 속칭 '던지기' 때문에 골프장에 간 태식과 보스인 오명규 사장이 만나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오 사장은 태식이 샘플 보러 오기로 했던 중국 마피아인 줄 착각하고 어설픈 중국말로 인사한 후 한국말로 그를 품평합니다. "아따, 중국에서 건너온 놈이 조폭영화 무쟈게 봤나 보다. 옷이 전부 깜장색이네, 장례식 가나."란 대사로요;;

이 정도면 감독의 덕후 커밍아웃인듯요?(응?!;;) 자기 영화에 자기 로망은 모조리 쓸어담아 놓고, 자기가 까대는 느낌까지 들어요ㅋㅋ

이 모든 로망의 집합체가 바로 원빈의 태식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입니다. 그는 전당포를 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일부러 멀리 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성인 여자에는 관심도 안 보여요. 영화 초반 소미 엄마가 카메라를 맡기며 유혹할 때 본 척도 안 하죠. 그에게 여자는 죽어서 과거의 추억이 된 부인밖에 없으며, 태어나지 못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소미에게만 잘 해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속 원빈은 환수(幻獸)인 유니콘을 떠오르게도 했습니다. 몇몇 남자들에게 사람여자가 전설의 레전드 같은 존재인 것처럼 몇몇 여자들에게는 원빈 같은 사람남자가 환상 속 존재이겠지(쿨럭;;) 이 영화 속 원빈의 눈망울이 어딘가 연민을 일으키는 촉촉한 말의 눈동자와 닮은 구석도 있었고요.

유니콘은 말과 같은 체구에 이마에는 한 개의 뿔이 있고, 뿔의 밑부분은 흰빛이며 중간은 검고 끝부분은 붉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저씨'에서 블랙 수트에 붉은 피를 몰고 다니는 원빈과 딱 매치되는 컬러링이 아닌가 하네요.
유니콘은 무적의 힘을 자랑하지만 순결한 처녀 앞에서는 양순해지며 그 무릎을 베고 잠들기를 좋아한다고 하지요. 애초에 눈에 안 띄게 숨어 살지만 부정한 여자들이나 남자들과 맞닥뜨리면 흉폭하기 짝이 없다고 합니다. 뿔로 찔러 죽인다든가, 발굽으로 밟아 죽인다든가;;

바로 그 순수한 소녀 소미의 함정카드 보물카드인 다크 나이트, 어둠의 기사를 보고 태식은 경찰서를 탈출해 그 아이를 찾아 나섭니다. 소미 엄마는 이미 장기가 해체된 채로 죽었고 소미의 안위가 걱정된 그의 분노는 폭발하기에 이르죠.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의 분노처럼 폭력 표현 수위는 상당히 높고 잔혹합니다. 유혈이 낭자하고 뽑힌 눈알이 그대로 굴러다니며, 좀 생활밀착적으로는 드라이어를 강으로 올린 채 허벅지를 지집니다. 더해서 못이 살을 파고 드는 소리나 칼로 저미는 소리가 꽤나 강조되어 들리기 때문에 잔혹한 표현에 내성이 없는 분들은 주의하시는 게 좋을 듯;; 하지만 원빈과 김새론으로 정화합니다(어?)

표현이 단순히 잔인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잔혹함 속에 보이는 액션은 올해 나온 한국 액션 영화 중 손꼽을 만큼 좋았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원빈이 졸라 멋져요-_-)b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도 보였던 창문 깨고 뛰쳐 내리는 장면이나 골프장에서의 몇몇 장면도 그렇고, 가구점 지하 마약 정제소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장면, 그곳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뚫고 총성과 함께 등장하는 것도 멋졌습니다. 그야말로 다크 나이트?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로마 귀족들의 목욕탕 같은 세트에서 벌어진 마지막 혈전. 그중에서도 월남 군부 출신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Thanayong Wongtrakul)과 한국군 정보사 특작부대 출신 태식(원빈)의 나이프 대결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어요. 이 태국 배우도 연기를 굉장히 잘 하는 거 같은데 우리나라나 IMDB나 다 제대로 된 필모그래피가 안 나오네요;; 신인 같지도 않은데;; 이런 배우들이 합을 맞춰줬기 때문에 주인공인 원빈의 액션이 더 멋져보일 수 있던 거겠죠. 또한 영화는 나이프 난전이 벌어지는 사이사이에 카메라로 극단적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여 나이프 대결의 박력을 높였습니다.

액션만이 아니라 이 장면에서 원빈의 표정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미의 눈인 줄 알았던 병이 총알에 의해 깨진 후 람로완을 노려보는 원빈의 눈빛 연기는 정말 대단했어요. 소중한 마지막 한조각조차 깨진 후 더 이상 지킬 것이 남아 있지 않은 남자의 공허한 분노가 눈동자에서 그대로 느껴졌거든요-_-)b

뒤이어 마지막으로 만석을 처단한 후 텅 빈 채 후퇴장전된 총을 들여다 보며 이처럼 나도 비어 있구나 싶은 공허한 한숨을 내쉬는데 이게 또 참 멋지더란 말이죠.

음, 여기서 뭔가 람로완은 뽀로로 대일 밴드 하나로 동료 눈깔 뽑고 소미를 살려줬나?! 싶겠지만 원래 이런 장르는 피에 굶주린 사내들이 순수한 한줄기 호의에 마음이 흔들려 파란이 일어나는 게 공식이기 때문에 이게 말이 돼?라고 생각한 시점에 당신은 이미 진 겁니다. 자매품으로 태식이 만석의 차 방탄유리에 권총을 그렇게 밀착하고 쏴대는데 도탄이 신경쓰인다거나, 뭔가 총알 갯수가 안 맞는 거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쳐도 진 거고요ㄱ-
그냥 멋진 분위기에 취하시고 즐기세요ㄱ-)b '달콤한 인생'의 황정민 김뢰하의 대사인 "하~ 이 쉐끼가 끝까지 멋질라 그러네?"처럼요. 주인공이 원빈이라는 점에서 여성 관객용이라고 지레짐작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룩스와 분위기를 즐기고 따라가다 보면 뭔가 남자로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고색창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일종의 기사도의 만족까지 느껴진달까요?;;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지켜야만 했던 것을 지키지 못했던 남자가 이번에야 말로 지켜내었다는 기쁨과 감동은 의외로 가슴에 정직하게 와닿았습니다. 다소 진부할지도 모르겠지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저도 아저씨니까요_no

바쁜 현대인을 위한 한줄요약 : 어린이들의 친구 테디 베... 원빈 아저씨. 하지만 어린이들은 못 봐ㄱ-

P.S : 영화 끝나고 크레딧까지 다 올라가는데 옆자리 여성 관객이 자기 애인에게 한마디. "나... 피가 너무 많이 나와서 무서웠쪄." 아, 딱히 귀를 기울인 건 아니고 목소리가 커서 들렸을 뿐. 어쨌건 확실히 평범한 여자들이 보기엔 좀 잔혹했지(끄덕끄덕) "...근데 마지막에 나쁜 놈이 뒈져서 좋았쪄."
...피가 나오는 건 무섭지만 나쁜 놈은 꼭 뒈져야 된다. 이거시_바로_여심.txt (먼 산) 아저씨에겐 너무 어려워..._no

P.S2 : 하긴 멀리 갈 거 없이 내 주변에도 바퀴벌레에는 있는 비명 없는 비명 다 지르면서, 좀비들을 전기톱으로 갈아 죽이는 스플래터 영화들을 잼나게 잘 보는 건 여자들이었지 참ㄱ-

P.S3 : 이 영화를 좀 피상적으로 비유하자면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같다고도. 일본도를 들고 뱀파이어들을 무표정하고 잔인하게 도륙하는 게 G.I JOE가 아닌 교복 미소녀란 점에서요. 잔혹하지만 동화같은 감정선을 갖는 '아저씨'는 그 여성용 버전이랄 수도 있달까.

P.S4 : 이거 사운드에 문제가 있나요?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나 대사가 잘 안 들려요. 메가박스 쪽은 2회차기도 해서 좀 더 알아듣기 편했지만 몇몇 대사는 여전히 안 들려서;; 저뿐 아니라 같이 갔던 ㅇ모 님도 그러는 걸 보면 제 귀의 문제만은 아닌듯.

P.S5 : 영화긴 하지만 원빈이 침까지 꿀꺽 삼켜가며 "한 번만... 한 번만 안아보자."라고 먼저 말해주는 여자가 어딨겠나ㅋㅋ 애한테 질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성 팬들은 복잡미묘한 심경에 빠질 수도ㅎㅎ

P.S6 : 총 쏘는 장면 따위 장식입니다. 높은 분들은 그걸 몰라요. 횽아들. 총 쏘는 사나이의 로망은 매거진 교환에서 리로드로 이어지는 시퀀스 아님? 리로드 끝에 총알 일발 장전 되는 철컥 소리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_-)/

- 53초경 소리로 총을 확인하는 장면이나 1분 25초경 매거진 교환 장면 같은 -

P.S7 : 엔딩 테마인 'Dear'가 영화에 어울리기도 하고 꽤 맘에 드네요. 처음엔 보컬이 리쌍의 대표곡들을 피쳐링했던 '정인'인가 싶었는데, 이미 각종 CF 음악들로 유명한 'Mad Soul Child'라고 크레딧에 적혀있더라고요.

P.S8 : 모처럼 좋은 한국 액션 느와르인데 흥행은 약간 걱정되네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명 받았던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인상적으로 회자되는 것과는 좀 다르게 최종 관객 131만으로 흥행엔 실패했었거든요;; 이번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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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오나 2010/08/05 15:48 # 답글

    잔혹함 때문에 19금 먹은게 좀 걱정되긴 하네요. 평 자체는 굉장히 좋더군요.

    보고 싶은 영화긴 한데 역시 적나라한, 뭔가 질척질척한 느낌이 드는 잔혹함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한국 액션 영화를 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헐리웃은 똑같이 이거 잔인해, 라고 말해도 그걸 좀 깔끔하게 그렇게 거슬리지 않게 가공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영환 뭔가 대놓고 스트레이트란 느낌이랄까;;;

    당장 생각나는건 짝패 같은 것도 그랬고 놈놈놈도 그랬고... 그 부분은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입에 칼넣어서 어버버하게 만들었지만 실제 끔찍한 장면 자체는 안나오듯이 좀 덮어서 청소년 관람가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이 겁 많고 소심한 저의 소박한 바람.(...)
  • Sion 2010/08/06 00:31 #

    영화가 잘 만들어졌건 못 만들어졌건 피나오고 잔인한 건 싫다! 싶은 분께는 추천해드리기 참 힘든 영화인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헐리웃의 그 깔끔함이 무기이듯, 반대로 저는 복잡한 감정과 찜찜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게 한국 영화의 무기이기도 하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어느 쪽이든 완성도가 좆 to the 망이면 그런 거 업ㅂ습니다만서도_no 아무래도 가벼운 기분으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전자가 낫겠지요^^;

    말씀 듣고 보니 람로완의 그 입 찢는 씬도 다크 나이트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군요;; 다크 나이트 카드까지 나왔었으니 거의 확신범;; 이 이후로도 제한상영가에 빛나는(?!) '악마를 보았다'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 소박한 바람은 당분간 이루어지기 힘들듯 합니다(먼 산)
  • 로오나 2010/08/05 15:48 # 답글

    근데 새론이 역시 귀엽네요.(...)
  • Sion 2010/08/06 00:32 #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거지만 어느 때는 귀기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해서 앞날이 진짜 기대되면서 걱정됩니다;; 어쨌건 김새론은 소중합니다ㄱ-)b
  • 2010/08/05 16: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ion 2010/08/06 00:32 #

    저도 김새론만이라면 '아저씨'보다 '여행자'쪽이 더 나은 거 같습니다. 말씀대로 위험한 귀기 같은 것도 느껴지지요;; 어쨌건 김새론은 소중합니다ㄱ-)b(2)
  • 아라이 2010/08/05 16:54 # 답글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보면 참 말이 안 되는 장면들이 많죠. 하지만 그런 건 대충 이해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라고 외치는 장면들에 가볍게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탄피가 날아 다니지 않는 것도 또는 그들 간의 관계도, 모두모두 그냥 자체 보정되더라고요. ㅁ=... 한 번 더 보러가려고요. 인셉션도 봐야하는데, 끙!
  • Sion 2010/08/06 00:33 #

    네, 바로 그 뇌내 보정이 참 중요한 거 같습니다(먼 산) 어쨌건 재밌게 보면 되는 거니까요>_< 인셉션도 잼나게 보시길-_-)b
  • 동사서독 2010/08/05 19:04 # 답글

    '달콤한 인생'의 황정민의 대사인 "하~ 이 쉐끼가 끝까지 멋질라 그러네?" ....

    ...... 황정민이 아닌, 김뢰하가 이병헌에게 하는 대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 Sion 2010/08/06 00:35 #

    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그 대사가 처음에 김뢰하가 한 번 하고 뒤에 황정민이 죽기 직전에 한 번 더 하는 거 아니었나요?;; 제가 지금 DVD가 없어서 확인이 불가능한데..._no 본 적이 오래되어 아마 제 기억의 오류를 가능성이 더 큰 거 같아서 일단 수정했습니다^^;(내 기억력이 그렇지 뭐_no)
  • 동사서독 2010/08/06 00:56 #

    황정민(백사장)은, 빙판 위에서 칼로 이병헌(선우)의 배를 슉슉슉 찌른 뒤에

    ".... 뭐야? 그 표정은? 억울해? 억울 한거야? 네가 이렇게 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지? 엉뚱하게 자꾸 딴 데서 찾는 거지? ....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이병헌이 총을 장만해서 복수하기 전, 이병헌(선우)가 오무성이 보낸 필리핀깡패들에게 납치되어 비참하게 묶여있을 때 백사장(황정민)이 그 모습을 보고 이죽거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 에이, 선수가 얼굴을 왜 그러고 있어요 ....... 웃어요, 웃어."

    나와바리 다툼이 있는 백사장 패거리 때문에 잡혀서 린치를 받는 상황인줄 알았는데 같은 조직의 경쟁자였던 김뢰하가 나타나고 알고보니 여자 문제를 제대로 보고 하지 못했던 죄 때문에 보스에게 밉보인 죄라는 것을 알게 되는 선우.

    "사장님이 너한테 기회를 주신단다. 받을래?"
    "안받아? (피식 비웃으며) 새끼, 끝까지 멋있을려구 하네?"



  • Sion 2010/08/06 01:08 #

    아, 확실히 그렇군요;; 제 기억에 혼선이 있었나 봅니다.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스트 2010/08/05 23:06 # 답글

    여기서 뭔가 람로완은 뽀로로 대일 밴드 하나로 동료 눈깔 뽑고 소미를 살려줬나?! 싶겠지만 원래 이런 장르는 피에 굶주린 사내들이 순수한 한줄기 호의에 마음이 흔들려 파란이 일어나는 게 공식이기 때문에 이게 말이 돼?라고 생각한 시점에 당신은 이미 진 겁니다. 자매품으로 태식이 만석의 차 방탄유리에 권총을 그렇게 밀착하고 쏴대는데 도탄이 신경쓰인다거나, 뭔가 총알 갯수가 안 맞는 거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쳐도 진 거고요ㄱ-

    >>

    전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졌습니다. 무슨 영화를 보든 그런걸 신경쓰는 타입이라.... ......얼마전 솔트 볼 때도 그런거 가지고 나오면서 막 깠... .... .... ..... .....ㅠ_ㅠ
  • Sion 2010/08/06 00:37 #

    군자는 지는 싸움은 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사나이는 질 줄 알면서도 싸워야만 할 때가 있지요. 자!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_+ ( <- 이상한 부분에서 불붙인다 )
  • 파인애플달링 2010/08/06 08:45 # 답글

    이거 볼꺼야.. 원빈 참.....잘생겼네요.ㅋ 저런 아저씨는 세상에 없어!ㅜㅜ
  • Sion 2010/08/06 15:10 #

    세상에 아저씨는 많지만 원빈 같은 아저씨는 확실히 없지_no 장동건 정도?;;
  • 아마란스 2010/08/06 12:42 # 답글

    칼로 퓩퓩 하고 한번씩 썰면 우와악! 쓰러지는게 아니라 아주 대차게 나쁜 놈들 존나 쑤시고 쑤신데 또 쑤시고 존나 찌르고 찌른데 또 찌르고 존나 베고 다시 한번 더 베어버리는...이런 쿨한 액션씬을 보게 될 줄이야.ㅠㅠㅠㅠ

    라면서 혼자 존나 울었습니다. 엉엉엉.

    <테이큰>, <맨 온 파이어> 확실히 이 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비슷하다고 해서 묵살되면 참 많이 아쉬울 듯한 영화입니다.
    이런 대찬 영화는 흥행에 성공해서 앞으로 대차게 그냥 나쁜 놈들 싸그리 죽이는 그런 영화가 나왔으면 해요.ㅠㅠㅠㅠㅠ
  • Sion 2010/08/06 15:12 #

    그 존나 쿨한 액션과 시크한 무표정이 제대로 간지난다는거 아닙니까;ㅁ;)b 저도 아마 또 보러 갈듯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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