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키드(The Karate Kid) - 통 큰 아버지의 부러운 가족 여행 by Sion

베스트 키드
성룡,제이든 스미스,태라지 P. 헨슨 / 해럴드 즈워트

- 6월초에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 원제인 가라테에서 쿵푸로 과감한 종목 체인지를 했더군요. 이코노믹 애니멀이란 소릴 듣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미국의 턱밑에 칼을 들이대던 시기에 개봉한 원작을 생각하면 시대의 변천이 느껴집니다. 이제는 명실상부 미국의 주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이 무대이니까요.

- 원작의 가라테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쿵푸 쪽이 더 호쾌하고 속도감 있는 거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 저는 재미있게 본 편입니다만 포지션이 좀 애매한 영화 같긴 합니다. 아이들 대상으로 너무 길고(140분) 어른들 대상으론 좀 닭살 돋는 면이;; 원작을 본 세대의 추억 소급용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보면서 '용소야' 같은 권법소년물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저는 원작을 보긴 봤는데 기억이 거의 안 납니다;; 그 유명한 '왁스 온, 왁스 오프' 정도 밖에는요(솔직히 이건 원작을 안 봤어도;;). 그래서 이번 '베스트 키드'에 스승 역으로 나온 미스터 한(성룡)의 집안에 차가 있길래 이번에도 왁스 온 왁스 오프가 나오는 줄...;;(뭐 기본적으로 생활의 모든 움직임이 강해지는 수련이라는 건 비슷하지만;;)


- 근래에 나왔던 성룡 주연작인 '대병소장(大兵小將)'에서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 성룡은 거의 웃기지도 웃지도 않고 정극 연기를 펼칩니다. 위엄있는 스승상과 과거에 상처를 가진 캐릭터에 어울리긴 했지만, 추석=성룡이란 등식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그러는 걸 보면 좀 신기하네요;;

- 중간 고철상 싸움 때(성룡과 상대편 도장 애들의 첫 싸움) 한 아이가 "야, 이제 그만 패자."라며 말리는 걸로 몇몇은 어떤 더러운 방법을 쓰더라도 승리해야만 한다는 도장의 방식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걸 살짝 보여 주긴 합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경기 끝나고 아이들이 단체로 성룡 따거에게 예를 갖추며 정정당당한 착한 편으로 넘어가는 건 좀 뜬금없었네요. 그 전에 좀 더 아이들 - 특히 주인공의 라이벌 - 이 도장의 방침에 흔들리는 모습 보여줬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 약간 신기한 건 스토리가 흘러 가는 모양새가 주인공인 제이든 스미스가 성룡을 사부에서 점점 아버지처럼 여기게 될 거 같았고, 과부가 된 엄마도 성룡과 가까워 질 거 같았는데 둘 다 아니었다는 거;; 가족영화인 거 같으면서 또 가족영화는 아닌...;;

- 중국에 막 온 주인공과 첫 친구가 된 금발 소년. 짝패를 이뤄 불의에 대항할 줄 알았더니 그냥 통역기 전락 ㅠ.ㅠ

- 번역이 좀 미묘합니다. 못했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미묘하다는 건데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뭐냐하면 한글 자막 번역이 영문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


- 이를테면 '萬里長城'의 영문은 'The Great Wall(혹은 The Great Wall of China)'입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이걸 '만리장성'이라고 해도 될 텐데, 전반적인 자막은 '거대한 벽'이란 식으로 영문 중심 번역을 했다는 것이죠. 중국와 가까운 우리나라의 문화상 한문 직독을 했다면 쿵푸를 중심으로 한 영화에 어울리게 좀 더 무협스러운 느낌을 낼 수 있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영화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서양인 관점의 동양 무술이란 걸 생각하면 현재의 영문 중심 번역이 더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음, 다시 생각해보니 부황 뜨는 게 거의 힐링 마법 수준으로 소개 되는 것도 그렇고 후자가 맞는 거 같습니다만서도;; 이건 취향에 따라 갈릴 부분 같네요.

- 그래선지 약속된 듯 중국 비경들도 한 번씩 훑으며 중국 관광 홍보도 해주는 센스;;

- 이 영화는 알려져 있다시피 윌 스미스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주연은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입니다. 엔드 크레딧 내내 촬영장에서 찍은 그들 가족의 사진이 흘러가지요.


- 영화 제작 자체가 아빠 친구가 사는 중국에 들러 찍은 가족 여행 사진인 셈입니다. 거기서 아빠 친구가 성룡이고, 아빠가 윌 스미스고, 가족 사진을 디카가 아닌 무비 카메라로 찍은 후, 그 사진으로 돈까지 번다는 게 일반 가족 여행과 다른 점이랄까요(먼 산)

- 그런데 그 점이 참 부럽더군요. 단순히 뒤를 봐주는 빽 뭐 이런 의미는 아닙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들의 실질적인 멘토일 수 있는 아버지라는 게, 아들로서는 일찌감치 정한 인생 행로에 등대처럼 가르침을 줄 아버지를 가졌다는 게 말입니다. 정말 서로 뿌듯하고 존경스러울 거 같네요.

- 아버지로서는 아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바를 맘껏 펼치게 해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떤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직접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실제 와이어를 탄다거나 무술 영화를 찍기 위해 몸을 만드는 건 어른들도 힘들어 하는 일이지요.


- 아들은 말이 아닌 체험을 통해 자기 능력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서 말입니다. 또한 자기가 일해 정당하게 돈을 번다는 게 어떤 건지 일찍부터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훌륭한 가정교육이 또 어딨을까요. 영화 내용보다는 이 외적인 스토리가 더 가족영화 같습니다.

- 그들 입장에서 화목한 가족여행은 덤이고 그런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여행이라면 이 정도 수업료는 지불할 만하지 않을까요? 지금 기세로 봐서는 들인 수업료 정도야 장학금(?)으로 다 되돌려 받은 거 같습니다만^^;

바쁜 현대인을 위한 한줄 요약 : 12살_아들에게_키스씬을_선물하는_아버지의_위엄.avi

덧글

  • zzzz 2010/06/26 08:54 # 삭제 답글

    요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되는 거군요!!!
  • Sion 2010/06/27 02:10 #

    아무 아버지나 따라할 수 없는 위엄이죠-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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