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벼락같은 전율을 느끼는 노래도 있지만, 가끔 가다 내가 왜 좋아하게 됐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가는 노래도 있지요.
우선 가장 평범한 케이스로 생각나는 건 그냥 처음 들을 때부터 노래 자체가 좋고 취향에도 맞아 한방에 귀에 와 꽂힐 때. 이건 뭐 더 이상 말할 여지가 없을 거 같고.
두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노래(보통은 가사)가 자기 생각과 처지에 와서 꽂힐 때. 역시 연애를 하거나 실연을 했을 때가 제일 많겠죠? 그때는 온 세상 사랑 노래가 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곡들인 거 같으니까요.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그 때문에 세상엔 이렇게 차고 넘칠 정도로 사랑 노래가 존재하는 걸 겁니다.
물론 노래들(만드는 사람들)도 청중이 그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많은 공을 쏟습니다. 노래 자체를 공들여 만드는 건 기본이고 적절한 타이밍에 알맞은 방법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여러 전략을 세우기도 하죠.
그중 가장 흔한 방법이 노래(혹은 음악)를 영상과 크로스시키는 걸 겁니다. 가장 먼저 뮤직비디오를 꼽을 수 있겠고, 그밖에 어떤 영화나 드라마 등의 BGM으로 사용되었을 때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후자의 BGM과 앞서 말한 자기 생각(혹은 속한 사회에 대한 생각)이 결합되었을 때는 시너지를 갖는 영상물이 만들어 지기도 합니다.
EBS의 '지식채널 e'의 600회 특집 '공영방송' 편입니다. 중간부터 그린 데이(Green Day)의 'Know Your Enemy(네 적을 알라)'가 BGM으로 울려퍼지죠. 요즘 언론장악에 대해 눈살을 찌푸려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제목부터 공감 백배일 겁니다. 이런 케이스는 비교적 명확한 쓰임새의 노래를 선곡해서 청자에게 이유를 알 수 있는 공감을 전해줍니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원래 노래가 가진 의미(혹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노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EBS의 '지식채널 e'의 '동아일보 '해직' 기자' 편입니다. 전반에 걸쳐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가 BGM으로 쓰였는 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단순한 실연 노래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기껏 거기서 더 나아가 봐야 듣기 싫어 죽겠는 소릴 하는 평론가, 정치가 등등을 대상으로 읊조리는 나약한 자조 정도라고요.
그런데 이 지식채널 e의 음악 사용으로 제가 가졌던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특히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 보려 하는 데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란 가사를 전복적 의미로 사용해, 어떤 역경과 고난이 애를 쓰고 막으려 해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진실이란 이름의 너의 목소리란 의미를 준 건 이 방송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전율했을 정도에요. 이 발상의 전환을 통한 의외의 감동 덕분에 뒤늦었지만 별로였던 노래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예, 여기까지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다 납득이 가는 이유들입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정말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알 수 없는 노래가, 알 수 없는 타이밍에 별안간 좋아질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 노래는 이미 들었던 노래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한 번 듣고 싫다고 생각했던 노래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적과 김진표의 '카니발'이나 '노바소닉' 등 다른 그룹 활동이나 솔로 활동을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오로지 '패닉'으로서만 좋아했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거위의 꿈'을 처음 들었을 때도 아웃 오브 안중이었고, 그건 이적의 솔로 2집 활동 중 '하늘을 달리다'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듣고 별로 맘에 안 들길래 '...패닉이나 다시 해줘_no'란 생각만 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용산전자상가에 갔는데 터미널 상가 계단을 내려오니 밑쪽 가게에서 그 '하늘을 달리다'를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또 한 번 '이적은 패닉이나 하지...'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려는데... 계단에서 내려와 땅을 밟는 순간 이 노래가 갑자기 미치게 좋아지는 거에요;; 심지어는 가슴까지 벅차졌다니까요?;; 지금까지도 저에겐 미스테린데 대체 뭣땜에 이 노래가 그렇게까지 좋아졌던 건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우선 도무지 노래를 좋아하게 될 장소도 타이밍도 아니었어요. 생각해보세요. PC 좀 조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용산 던전'이라 불리며 용팔이들에게 돈이나 안 뜯기면 다행이라 여겨지는 장소에서, 노래를 위한 방송도 아닌 호객행위용 방송으로, 제대로 된 스피커도 아닌 5천 원짜리 까막 스피커에서 찢어지듯 들리는 노래의 어느 구석이 그리 낭만적이었겠는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싫어하던 노래가 좋아질만한 상황이 아니란 말이지요. 그렇다고 가사를 듣고 공감할만한 순간도 아니었고. 참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예, 뭐 그때는 하늘이 끝내주게 맑아서 대자연의 조화로 좋아지게 됐다고 칩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보다 더 해괴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 주인공이 된 노래는 스키마스위치(スキマスイッチ)의 '전력소년(全力少年)'. 그날은 홍대앞 돈코츠 라멘 집에서 조림달걀을 벗삼아 뽀얀 돈코츠 라멘을 먹고 있었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돈코츠 라멘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틀어 놓은 노트북 MP3 플레이어에서 저 노래가 흘러나오더군요. 사실 이 노래 역시 그 전에 '도쿄 마블 초콜릿(東京マ-ブルチョコレ-ト)'의 테마송으로 극장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고요.
아, 근데 이날따라 왜 이렇게 이 노래가 꽂히는지 너무 감동적이라 라멘 먹다 울 뻔했습니다ㄱ- 감동은 감동대로 오는데 스스로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라멘 그릇에 고개를 박고 잠시간 못 들었다니까요?;; 아니 대체 좋은 극장 시스템에서 사랑스런 커플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들었을 때는 아무 감흥없다가, 어디서 다운 받았는지도 모를 MP3로 볼륨도 제대로 안 올라가는 노트북 스피커를 통해 듣고 밥 먹다가 감동하다니 이건 조화인지;; 설마 내가 돈코츠 라멘을 너무 전력으로 먹어서?_no
앞선 상황과 마찬가지로 원래 좋아하던 노래도 아니고, 좋아질만한 상황과 시스템도 아닌데다, 딱히 가사에 공감한 것도 아닌데(...라기보단 멀리 놓인 노트북 스피커라 가사 자체가 제대로 안 들렸음;;), 단 한순간에 왜 이리도 감동스런 노래가 되는 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이건 뭐 해괴하게 노래 좋아하기 토너먼트도 아니고_no
정말 어떤 노래가 좋아지는 순간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영화도 그렇고 음악도 책도 그렇고 훌륭한 작품이 왜 훌륭한지를 설명하는 건 차라리 쉬운 거 같은데, 왜 좋아하게 됐는지 혹은 왜 저렇게들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거 같아요. 이럴 때 쓰라고 이 말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냥'. 그냥 좋아하는 거에요. 그냥.
결국 좋은 건 다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P.S : 돈코츠 라멘 가게 사장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혼자 돼지 사골 라멘 먹으러 온 아자씨가 맞은 편에 앉아 후루룩 쩝쩝거리다 말고 뜬금없이 찔찔 짤 거 같은 표정을 보이기 시작하면, 제가 사장이었더라도 그날 장사 접고 싶었을 거 같거든요(먼 산)
P.S2 : 21세기인 요즘은 아얘 듣기도 전에 보기만 해도 좋아지는 노래가 있긴 합니다. 소녀시대라든가 소녀시대라든가 소녀시대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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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소녀시대라든가, 소녀시대라든가, 소녀시대라든가(...)
정말 좋은건 그냥 좋은거죠. ^^
그저 그런 노래 였는데... 일본에서 파를 보고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저 노래를
들었을 때 그 감동이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되죠...
간만에 전력소년 잘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