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사 박물관 사진전 '런던의 초상' & '골목 안, 넓은 세상' by Sion

비틀즈의 나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의 100년을 담은 사진전 '런던의 초상' 개막식에 다녀왔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게 버버리로 유명한 트렌치코트가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뭐랄까 한층 영국적인 정취였어요ㅎㅎ

서울 역사 박물관과 런던 박물관이 교류협정을 맺은 후 처음으로 여는 협력사업이 이 사진전이라더군요. 그래서 카메라가 등장한 근, 현대 영국 문화와 런던이란 도시를 좀 더 공부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개막식까지 시간이 좀 남았던 고로 음악과 함께 커피브레이크를 가지며 교재를 펼쳤어요.

옙, 그래서 채택한 오늘의 교재는 영국 덕후 전문가 모리 카오루 선생님의 '빅토리안 가이드'(...). 이, 이보다 훌륭한 교재가 어딨냐능?!;;(자매품:팔극권을 배우고 싶어 1년 동안 '태권소년(拳兒)'만 팠습니다 or 초밥의 명인이 되기 위해 1년 동안 '미스터 초밥왕(將太の壽司)'만 독파했습니다)
역시 대영제국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는 '메이드'죠(어?) 하지만 이 챕터를 읽던 중, 얼마 전에 본 영화 '하녀'의 영제가 'HouseMaid'란 게 연상되어 버려 더 이상 순수한 눈길로 메이드를 바라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_no
아, ANG돼!;ㅁ; 나으 메이드 쨩은 카와이이하고도(이하 생략)
그래도 꿋꿋이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19세기말 런던 지도도 보고요. 오오, 리젠트 파크, 하이드파크, 웨스트민스터 등등 뭔가 익숙한 이름들이 많네요.
덕스런 소린 여기까지 하고;; 시간이 다 되어 서울 역사 박물관으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비에 젖어 박물관 앞 돌다리를 건너는 맛이 각별하네요.
안내를 받고 들어갔더니 이미 사람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런던 박물관과의 교류전이라 그런지 입구가 박물관 같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이번 사진전의 로고 같은 느낌을 주는 전시물이 서있었습니다. 런던의 현대 섹션에서도 볼 수 있었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London St. Pancras Station)의 존 베처먼 경이네요. 떠나려는 혹은 떠날 곳을 바라보는 듯한 포즈가 인상적. 시인이었던 존 베처먼(John Betjeman) 경은 데뷔작부터 지크 지온!을 외치신 참다운 양덕 군자이시지요(데뷔작 : 'Mount Zion' :p ).
런던의 현대 섹션에 전시된 작품의 일부. 역에 서 있는 존 베처먼 경 동상의 바닥 부분입니다. 거기엔 그의 시 'Cornish Cliffs'의 한 연이 쓰여있다고 하네요.

'And in the shadowless, unclouded glare / Deep blue above us fades to whiteness where / A misty sea-line meets the wash of air.'

혹시 시의 전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이쪽으로 -> 클릭
개막식답게 서울 역사 박물관의 강홍빈 관장과 런던 박물관 사진부문 선임 큐레이터(Senior Curator of Photographs at Museum of London)인 마이크 시본(Mike Seaborne)의 인사말 등이 있었습니다.
그 인트로 공간에는 아마도 영국 왕실마차겠지만 제 눈에는 황금마차로 밖에 안 보이는 걸개도 걸려있었습니다. '황금마차'라는 단어에서 크고 아름다운 울림을 느낀다면 당신은 대한민국의 훌륭한 군필 아자씨ㄱ-)b (...)
이번 '런던의 초상' 사진전은 크게 '19세기 런던', '1900~1945 런던', '1946~1999 런던', '오늘날의 런던' 등 크게 네 시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에 가장 관심이 가는 시기는 '빅토리아 여왕'으로 대표되는 19세기와 세계 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일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 면에서 제 기대를 나름 충족시켜줄만한 전시였습니다. 개회사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크다기 보단 아담한 전시인데요. 입장료가 700원이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는 굉장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버스비보다 싸요;;).

인상적이었던 작품 중 하나는 위 사진에서도 보이는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상'입니다. 미국 출신의 예술 사진의 거장 앨빈 랭던 코번이 찍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해설을 들어보니 19세기말 발흥한 인상파의 영향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 사진임과 동시에 예술 사진이 된 것이고요.

개인적으로 저 사진을 보자 얼마 전에 본 영화 '로빈 후드(Robin Hood)'의 주제인 '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Rise and Rise Again. Until Lambs become Lions.)'가 생각나기도 했네요. 뭐랄까 이것이 영국의 이미지!란 느낌?ㅎㅎ

이런 식의 초기 사진 효과가 보이는 사진이 몇몇 더 있었습니다. 프레드 고슬링이 1853년경 찍은 '사우스워크 다리에서 본 세인트 폴 대성당', 로저 펜튼이 1857년경 찍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과 웨스트민스터 궁(국회의사당)' 등은 포커싱한 부분은 현실 같고 그 포커스 뒤에 있는 건물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초현실적으로 찍혀 있더라고요. 이게 효과를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카메라의 한계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단지 스모그였을지도;;) 마치 중세 시기의 환상화를 보는 듯해 흥미로웠습니다.

이는 허버트 메이슨이 1940년에 찍은 '1940년 12월 29일 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특히 잘 드러납니다. 한창 세계대전 중이던 영국의 수도 런던. 그곳에 쏟아진 독일의 폭격 때문에 생긴 화염과 연기가 세인트 폴 대성당을 휘감아 버린 사진인데요. 당시의 처참함과는 정반대로 마치 천년왕국의 지상도래 내지는 구름 위에 뜬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는 것처럼 환상적인 느낌을 줬어요.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큰 강철 증기선으로 유명한 엔지니어 아삼바드 킹덤 브루넬이 설계한 대영제국의 강철 전함을 찍은 '그레이트 이스턴 호의 건조(로버트 하울렛, 1857)'란 작품은 그 질감이 사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해 좀 특이했네요. 그래선지 건조 중인 전함의 모습에서 영화 '전함 포템킨(Броненосец Потёмкин)'의 포스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영국의 영광이나 전쟁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막식에서는 런던 박물관의 마이크 시본 사진 부문 선임 큐레이터가 주요 작품을 해설해주었어요. 역시 미국어가 아닌 진짜 영어는 악센트부터 섹시하다능(하앍하앍) 그런데 위 사진의 작품 '타워 브리지 인근의 인공 해변(헨리 그랜트, 1952)'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도시 한복판 다리 밑에서 시민들이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놀라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이 너무 더러워져 불가능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말을 듣고는 서울의 한강변이 떠올라 저 역시 마찬가지로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 말씀 들어보면 예전에는 한강물로 여름엔 멱을 감고 겨울엔 얼음을 지쳤다죠?

이밖에 런던 안의 빈민층들의 가내 수공업, 란제리 모델, 거리에서 물건 파는 여자들처럼 대영제국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사진들과 이 그림자들을 떨쳐내기 위한 여성 인권 캠페인, 첫 반핵 행진, 영국 언론 자유의 상징이 된 하이드 파크의 자유 발언대 등등까지 영국의 수도 런던이란 도시가 가지고 있던 명암을 사진들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명암은 고속성장을 해온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도 겹쳐보이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작품들도 괜찮았지만 그 작품들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자체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런던의 과거를 보여주는 섹션은 위와 같이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의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반면에 런던의 현대를 보여주는 섹션은 블랙 패널들을 이용해 다채롭게 작품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더군요. 특히 위 사진처럼 작품 자체를 비뚤게 걸어놓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 섹션에 들어가자마자 저 작품부터 눈에 들어오더라고요ㅎㅎ 작품은 폴라 에번스의 2008년작 '2008년 5월 워털루에서 열린 캔즈 스텐실 예술제'입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간단하지만 앙증맞고 다채롭더군요. 무엇보다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가 아니라 다행이야...ㄱ-(먼 산) 예전에 이런 우스개가 있었죠.
천국과 지옥

천국은,
경찰관은 영국인이고, 요리사는 프랑스인이고,
기술자는 독일인이고, 애인은 이탈리아인이며,
스위스인이 모든 조직을 관리하는 곳이다.

지옥은,
요리사는 영국인이고, 기술자는 프랑스인이고,
애인은 스위스인이고, 경찰관은 독일인이고,
이탈리아인이 모든 조직을 관리하는 곳이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음료가 주스와 커피 밖에 없는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영국답게 홍차가 준비되어 있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 말이죠^^;

전체적으로 아담한 전시회지만 생각보다 볼 거리가 많은 사진전이었으며 특히 가격대성능비가 우수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런던의 어제와 오늘을 타산지석 혹은 반면교사로 삼아 서울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고요. 아니면 그냥 동병상련을 나누기에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서울 역사 박물관 '런던의 초상' 국제 교류전 -> 클릭

다 먹고 나가려는데 바로 옆 전시장에 이런 전시가 열리고 있더군요.
'골목 안, 넓은 세상 : 김기찬 사진'이라는 전시였습니다. 사진작가 김기찬이 1960년대 후반부터 40여 년간 중림동을 중심으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서울의 골목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들어서자마자 지금은 보기 힘든 흑백 TV가 틀어져 있었습니다. 그 묘하게 그리우면서도 낯익은 정취가 반갑더군요.

사진 작품들은 정말 한국의 옛 골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가득합니다. 골목길 보도블럭 위에 신문지 몇 장 깔고 그 위에 엎어져 공부하거나 노는 아이들. 고무줄 놀이. 야구. 골목길의 주인 행세를 하는 주인없는 강아지, 고양이들.
개인적으론 이 사진에서 정말 빵터져 버렸습니다. 꼴에 달릴 거 달렸다고 씩씩거려보지만 저 나이대, 특히 저 시대 저 나이대의 신체 조건으론 여자애한테 줘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넵;;

확실히 이런 밀착감은 '런던의 초상'이 줄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웃한 두 전시를 동시에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P.S : 전시기간 : '런던의 초상'은 2010.5.26~7.11까지. '골목 안, 넓은 세상'은 2010.4.27~5.30'까지 입니다.

덧글

  • 렉스 2010/05/28 17:15 # 답글

    아뉘 저거슨 시리우스?(포인트가;;;)
  • Sion 2010/05/28 23:09 #

    넵, 시리우스 맞습니다. 아직 리뷰 중이었어서 겸사겸사 찍었...(먼 산)
  • 아라이 2010/05/28 23:04 # 답글

    ...에에또? 골목 안, 넓은 세상은 5.10일까지요?
    ...어떻게 다녀오셨어요?
    (덜덜덜)
  • Sion 2010/05/28 23:08 #

    제가 원래 시간을 달리는 소...(퍽!) 이, 이런 실수를;;;; 알려주셔서 감사감사. 30일까집니다_no
  • 2010/06/01 10: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ion 2010/06/01 12:58 #

    감사합니다. 메일 드렸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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