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파(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破) 언론 시사 단상 by Sion

CGV왕십리 5관에서 열린 '에반게리온:파(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破 = Evangelion 2.0:You Can (Not) Advance)' 언론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네타(스포일러)까지 포함하는 긴 감상은 프리미엄 시사회 등을 보고 온 후에 다시 생각해 보고 쓸 거 같지만 일단 단상이라도.
이런 말을 흔히들 씁니다. "아이~ 대체 언제 떨어뜨리려고 이렇게 비행기 태우고 그래"라고요. 당연하지만 높이 비행기를 태우면 태울 수록 떨어질 때의 공포와 고통 그리고 배신감은 배가됩니다. 하지만 낙수가 높으면 높은 곳에서 시작될수록 떨어지는 폭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해보입니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천상에서 무저갱으로 곤두박질쳤기에 이번엔 바뀔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그토록 감동을 줄 수 있었겠지요. 제가 신극장판 1부인 '에반게리온:서'부터 이번 2부인 '에반게리온:파'까지 오늘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은 이거였습니다. 단어 그대로 러닝타임 동안 '들었다 놨다, 다시 들었다 놓는'군요.

특히 다른(같은) 상황, 같은(다른) 장소에서 다른(같은) 인물들이 같은 대사를 전혀 다른 의미로 쓰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말 이제는 언급하는 것조차 진부한 원제인 '破'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말할 것도 없고, 영제인 'You Can (Not) Advance' - 너는 나아질 수 있(없)다 - 가 심장 깊숙히 꽂히는 군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제가 보기엔 '서' 이상으로 기존 에바를 모르는 사람이 보고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에바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나름의 내용적인 충격(일종의 장르 문법을 비트는?)이 있겠지만 'The End of Evangelion'의 마지막 대사처럼 '기분 나빠'가 아닐까 우려되는 군요. 하지만 외형적인 액션 스케일과 디테일이 정말 일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보는 관객은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러므로 에바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보고 나온 후 좋은 쪽으로 쓰건 나쁜 쪽으로 쓰건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단평은 정말 이것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P.S : 다음 일정이 있어 급히 그 장소를 떠나느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자막으로 보나 영사 상태로 보나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디지털 상영이 맞지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전 포스트 리플에 어떤 분이 달아주셨던 것처럼 일본에서는 디지털 상영이 없었다는 거 같은데 이게 디지털 영사기가 대부분 보급된 한국 상영 환경의 특전인지 단순히 제가 착각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P.S2 : 자막이 생각보다 굉장히 훌륭합니다-_-)b 수입사가 맘 단단히 먹었거나 자막 제작자가 에바 빠 혹은 덕후인듯(쿨럭;;) 아니 뭐 얼마전 메가박스 일본 영화제의 '헤이세이 가메라 3연작'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았던 안노 히데아키의 첫 실사영화 감독작 '러브&팝'의 자막이 워낙 충격과 공포(...)였던지라 반사적으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지만요;; 개인적으로 다른 표현을 썼더라면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은 몇 군데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의견이 다른 부분일 뿐 오역이 줄줄이 튀어나오는 다른 일본 영화들과는 달랐습니다. 축약, 의역보단 직역에 가까운 느낌이라 한층 더 에바다운 심상을 주는 군요.('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으로 예를 들자면 적어도 일반인 배려한답시고 '강철미사일' 같이 허접한 자막을 다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 타입 레일 건' 같이 직역스런 자막이라는 뜻) 게다가 등장하는 모든 노래 가사까지 거의 완벽하게 자막으로 띄워주기 때문에 일본어를 못하셔도 충실한 감상에 크게 문제가 없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막의 양이 많으니 한 번 감상으로는 따라가기 조금 힘드실지도;;

P.S3 : 보러가면서 모르실 분은 없을 거 같지만 이번에도 당연히 엔드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 미사토의 사비스~사비스~ 예고편이 나옵니다. 공개일 미정인 3부의 제목은 알려진대로 '에반게리온:Q(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입니다. 원래 알려졌던 '급(急)'의 일본어 발음이 '큐'이니 딱히 바뀐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일단 공식적인 표기가 저거다 보니 Q(quickening)로 씁니다. 영제인 Quickening은 '되살아 나게 하는', '활발하게 하는'이란 뜻도 있지만, 의학용어로는 자궁내 태아의 움직임을 지칭하는 '태동'이란 뜻이 있더군요.

P.S4 : 혹시 싶어서. 위에 언급한대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아사노 타다노부 특별전'의 일환이지만 'The End of Evangelion' 직후 안노 히데아키가 감독한 실사영화 '러브&팝'이 상영 중입니다. 이미 한 회 지났고, 11월 26일 목요일 저녁 8시 한 회 남았네요. 혹시 구 에바와 신 에바 사이에 안노의 행적을 직접 스크린으로 보고 싶으신 분은 이 기회를 이용해 보시길(좀 외진 곳에 있어 교통편이 문제여서 그렇지 티켓은 무료입니다). 신 에바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다만 실험영화 삘의 녹록치는 않은 영화이니 선택은 각자 알아서ㄱ-)b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는 이쪽으로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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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카메라라 좀 열악하긴 하지만 언론 시사회 현장 사진 몇 장 올려 봅니다(클릭하면 확대됩니다). CGV 왕십리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왼쪽으로는 이번에 '소류'에서 '시키나미'로 일부 이름이 바뀐 아스카의 대형 배너가 서있었습니다.
그 맞은 편에 폭주하는 초호기의 포스터와 언론시사회를 알리는 공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영화관 입구 바로 앞에 신분 확인 후 티켓과 보도자료를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한 분도 빠짐없이 예쁜 여성분들이라 역시 사나이라면 죽기 전에 영화홍보사에서 한 번 일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퍽!) 좌청룡 우백호처럼 신 캐릭터 마리와 구 캐릭터 아스카의 배너가 서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신구의 격돌!+_+
고객용 포스터 스탠드에도 다른 영화들과 함께 드디어 '에반게리온:파'의 포스터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물론 한웅큼 집어왔습니다( <- )
5관으로 입장하라는 안내가 나오는 것도 찍어 봤습니다. '똥개' 같은 영화는 나름 입장할 때 재밌는데 에바는 안내문 장난이 안되는지라 좀 재미없군요(응?!;;) 그러고 보니 역시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창피한 개새끼들'로 번역했어야 "'창피한 개새끼들'은 5관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라는 안내문을 보면서 들어 가는 건데...( <- )
마지막으로 오늘 받은 티켓과 보도자료집입니다. 일본에서의 흥행성적이라던가 스텝의 짧은 인터뷰 문구 등이 들어 있는데 딱히 새로운 정보가 들어 있진 않았습니다.

덧글

  • warmania 2009/11/19 20:34 # 답글

    보셨군요! 지금 저도 새로 에바 관련 기사 쓰는 중입니다. 기대하시길!
  • Hyunster 2009/11/19 21:19 # 답글

    예매할때 분명 디지털이라고 나왔으니 디지털 상영이겠지요?;
    일본에서는 디지털이 없었는데 따로 만든것인지 궁금하네요..;
  • 루크 2009/11/19 21:41 # 답글

    저도 오늘 다녀왔습니다.
    일본어를 못 알아듣기에 판단하긴 어렵지만,
    일단 한글 자막만 놓고 봤을 때는 부드럽게 해석된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 1 2009/11/19 22:46 # 삭제 답글

    저런 포스터로 영화를 팔 수 있는 건 에반게리온 밖에 없을 겁니다.
  • 성괌의 제드 2009/11/20 00:09 # 답글

    초호기 같지가 않군요. 케로로 비슷하게 보이는.
  • HDmix 2009/11/20 00:26 # 답글

    충격과 공포! 후덜덜
    후기들 읽으면서 기대치가 천정을 뚫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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