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그 어록 by Sion

이미 자정이 지나서 어제가 되어 버렸지만 문광부 독립예술영화관에 갔던 겸 해서 한글날 공개된 세종대왕상을 보고 왔습니다. 이순신 장군상 뒤쪽으로 얼마간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는데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전에 공사 중일 때도 와서 봤었는데 이것보다 작을 줄 알았거든요;;
한글날이기도 하고 공개 첫날이기도 해서 그런지 앞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물론 다들 사진 찍기 바쁘기도 했구요;;
상이 놓인 대의 오른편에는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의 자음과 모음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종대왕상 앞쪽 바닥에는 "나랏말싸미듕귁에달아..."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훈민정음 어제 서문'이 검은 돌에 새겨져 놓여 있습니다.
뒤쪽 용상의 무늬도 잘 새겨져 있으며 밑에는 세종대왕의 연표가 마찬가지로 검은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 뒤쪽으로는 육조를 상징하는 건지 세종대왕의 대표적인 위업 여섯이 기둥에 그림과 글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활자를 만든 업적을 새긴 주자소도라던가
세종대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현전도 집현전학사도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밖에 육진 개척이라던가 대마도 정벌 등도 새겨져 있고, 기둥까지 포함한 세종대왕상의 뒤쪽 구성은 대충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종대왕상이 재밌는 것이 뒤쪽 연표 양 옆으로 세종대왕상 밑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습니다. 마치 무슨 비밀기지 같네요(쿨럭;;) 들어가서 계단을 쭉 따라 내려가면 세종대왕 관련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던가 그런 당시의 원본들은 없고요;;(그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 박물관 100주년 전으로 진품을 전시하고 있었으니 그쪽으로) 박물관적 성격은 아니고 세종대왕의 업적이라던가 현대의 예술가들이 한글을 테마로 만든 예술 작품 등 주로 세종대왕과 한글의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목은 '세종이야기'입니다. 세종대왕상 밑 지하의 이 대문으로 들어가면 업적과 기타 작품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있습니다.
대문을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보이는 것은 세종대왕 관련 영상물이 나오는 디지털 병풍이었습니다.
그 반대편 벽에는 세종대왕 대의 발명품들인 편경과 혼천의 등이 검은 돌에 부조되어 있었습니다.
약간은 옛날 과학관 같은 체험 시스템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종이처럼 하얀 구조물에 쓰여있는 세종대왕의 각종 어록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부터 본의 아니게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하게 되어 버린 말들까지, 금과옥조와 같이 감명 깊은 이야기가 참 많이 쓰여있었어요. 들어가자마자 처음 보인 이 글귀 또한 그랬습니다.

"내가 깊은 궁중에 있으므로, 백성들의 일을 다 알 수 없다. 만일 이해관계가 백성들에게 절실한 것이 있으면 너희들은 마땅히 모두 아뢰라."


근데 지금 그 권력의 언저리에 있는 놈들은 저게 별로 마땅한 게 아닌 듯? 아니 솔직히 저런 것도 일단 중심에 있는 사람이 또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거긴 하지만ㄱ-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글귀들을 몇 개 더 올려 보자면...

"소수의 의견도 끝까지 경청하되 한 사람의 말만 가지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562년 전에 한 이 말만 사람들이 새기고 있어도 작게는 인터넷에 악플이, 크게는 세상만사 억울한 일들이 절반은 줄어들거다;;;

"사람의 사귐이란 친하면 반드시 벌어져서 틈이 생기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앞으로 사신을 대접함에 있어 서로 친함만 믿지 말고 더욱 예도와 공경을 갖추어 대접하여야 옳다."


그러니까 (나쁜 쪽으로) '우리가 남이가' 같은 어거지 좀 집어치우고 자연스러움과 예의란 것 좀 찾아보자고;;

"진실로 차별 없이 만물을 다스려야 할 임금이 어찌 양민과 천인을 구별해서 다스릴 수 있겠는가."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믿음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오, 슈밤 진짜 모든게 오해인 누군가는 세종대왕 앞에 석고대죄 하고 돌바닥에 대가리라도 찧으면서 이 글귀나 108 암송해라. 제일 중요한 건 소망교회이 아니라 믿음이라잖아!ㄱ- ...물론 주어는 없습니다 ( <- )

"모든 일은 위에 있는 사람이 비록 옳다고 할지라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 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윗사람에게 의견을 말해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

아, 근데 왜 562년도 더 지난 지금은 백주대로에서 말하니까 잡아갈라 그러냐고ㄱ-

"민생들이 하려고 하는 일을 혼란스럽지 않게 하려고 임금을 세워서 다스리게 했다."

왕조시대에 임금조차 이렇게 말했는데 민주정인 지금의 이 혼란은 대체 뭐냐고 ㅠ.ㅠ

"백성에게 누명을 씌운 관리는 엄벌하되 임금에게 험담한 백성은 용서하라."


아, 근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562년도 더 지난 지금은 하물며 임금조차도 아닌 새퀴들이 감히 소장에 '대한민국'까지 참칭해 가며 한 국민을 고소 고발하는 지랄 염병을 떨고 있는 건지 원. 그러고 보니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안 만들어 주셨으면 지랄 염병 같은 찰진 욕지거리도 못했겠지. 다시 한 번 감사(_-_)(응?!;;)

이밖에도 많은 어록들과 설치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 있고 관심 있으신 분들은 희대의 먼치킨 세종대왕 님의 용안 한 번 뵈러 가 보시길 -_-)/

P.S : 입구랑 내려가는 계단이 상당히 좁고 조금 위험하게 생겼으니 차례차례 질서를 지켜서 천천히 오르내리시길;;

P.S2 :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것이니 대충 감안하고 봐주시길. 각 사진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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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길시언 2009/10/10 09:52 # 답글

    어제 저도 갔다 왔는데...
    제가 찍은 사진이 Sion님꺼랑 많이 겹치네요....OTL
    피곤하더라도 그냥 자정에 선수칠걸 그랬나(음?)
  • 역설 2009/10/10 11:10 # 답글

    말씀 하나하나가 빛이 나네요.
  • J H Lee 2009/10/10 13:25 # 답글

    누군가가 오버랩 됩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요.
  • 나의 마음 2009/10/10 14:20 # 답글

    마치 누굴 보라고 하는 말씀들 같네요.
    정말 성군이신듯 합니다.
  • 컴터다운 2009/10/10 17:46 # 답글

    좀 보고 배워야 할 사람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라면서 청와대 쪽 물끄러미]
  • blue ribbon 2009/10/10 19:09 # 답글

    법은 꼭 어기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믿음이 중요하죠.

    믿음의 의미를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마지막 공감합니다.
    대통령에게 욕한다고 그놈 잡아들여라는건
    문제가 있습니다.


  • 다복솔군 2009/10/10 22:19 # 답글

    어록마다 남기신 코멘트가 참 재밋네요 ㅋㄷ
  • John 2009/10/10 23:34 # 답글

    굉장히 잘 구성이 되어있군요. 세종대왕님의 말씀도 참으로 구구절절히 인상적이구요.
  • lchocobo 2009/10/12 18:13 # 답글

    수백년 전에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건 현대가 문제가 있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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