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진의 거장, 카쉬 전(Karsh 100) by Sion

5월5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인물 사진의 거장, 카쉬 전(Karsh 展)'에 다녀왔습니다. 전번엔 포스팅했던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 토탈 아트를 찾아서(Gustav Klimt in Korea 2009) 전'과 같은 건물 다른 층에서 하던 전시회였죠.

원래 전시가 8일이 마감이라 부랴부랴 마지막 공휴일에 다녀왔는데 지금 보니 앙코르 전시를 다음주부터 다시 하더군요;; 뭔가 억울한 느낌 ㄱ- 앙코르 공연도 처칠, 오드리 햅번, 헤밍웨이 등 주요작품이 빠지지 않고 전시된다고 합니다. 혹시 아쉽게 놓쳤던 분들은 놓치지 마시길. 앙코르 전시는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5.15~7.19 입니다.
저는 사진을 잘 모르는 데다가 어떤 의미에서는 싫어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 찍히는 거, 찍는 거 다 별로 안좋아함;; 특히 전자;; - 좀 더 잘 이해하고자 전직 사진기자였던 친구를 대동했습니다. 덕분에 사람이 너무 많아 도슨트를 제대로 못듣게 되었지만 설명이 부족할 일은 없었네요^^;(하지만 그 친구는 정작 로버트 카파 빠라서 후반부가니 가열차게 까주더라는...(쿨럭;;))

우선 이번 카쉬 전의 작품들은 디지털 프린트 버전 전시가 아니라 유섭 카쉬(Yousuf Karsh) - 라고 하지만 유수프가 더 맞지 않나란 생각도 들고 하여튼;; - 가 생전에 직접 작업했다는 보스턴 미술관 소장의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 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20세기 명사들의 포트레이트, 흑백 인물사진이 테마였어요. 그래선지 사진을 잘 모르는 저조차 강렬한 흑백의 음영 속에 빛나는 촉촉한 눈동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짜 마주하고 있으면 살아있는 거 같은 눈동자;;

게다가 그 사진속 인물들의 면면이 모르면 상식이 의심될 정도로 유명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라, 그 익숙한 모습에 한결 다가가기 편한 면도 있었습니다. 특히 저처럼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요.

오드리 햅번, 윈스턴 처칠, 어네스트 헤밍웨이, 알버트 아인슈타인, 버트란드 러셀, 파블로 피카소, 조지 버나드 쇼, 헬렌 켈러, 슈바이처, 마더 테레사, 피델 카스트로...는 포스터에만 있었던 듯 하지만;; 등등 각계각층, 각양각색의 명사들을 흑백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정표가 될만한 사진들에는 당시 그 인물의 약력과 함께, 카쉬가 섭외와 촬영을 할 당시의 에피소드를 간략히 적어놓은 글귀도 붙어 있습니다. 도슨트를 못들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더라도 설명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듯한 배려더군요. 물론 그 덕분에 그런 글귀가 적혀있는 사진 앞에서 사람들이 좀 밀리긴 하지만;;
예를 들어 이건 얘기 자체도 유명하긴 하지만, 전시 홈페이지 첫화면에 걸려있는 처칠의 사진도 원래는 시간은 가는데 그의 자연스러운 표정이 안나와서 카쉬가 처칠이 피우던 시거를 확 빼앗아 버렸다고 합니다. 담배 피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식후땡은 불로장생, 돋대는 아버지한테도 아니 드리는 것 등등 엄격한 흡연 관습(?)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닐텐데 남이, 그것도 세계대전을 겪을 한 나라 수상이 멀쩡히 피우고 있던 담배를 면전에서 낚아챈다는 게....;;

당연히 그때까지 호기롭던 처칠은 얼굴을 팍삭 일그러 뜨리죠. 카쉬는 그 순간의 황당, 짜증, 분노, 어이없음 등이 혼합된 일그러진 표정을 찰칵 하고 놓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카쉬는 국가 원수 모독죄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끌려간... 게 아니라 이 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죠.

그런 일화들이 많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있었는지 설명이 꽤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전시작 중 유일하게 컬러로 찍혀 있는 소피아 로렌이라던가, 또한 유일하게 포트레이트임에도 뒷모습을 찍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등 설명이 아닌 작품으로 독특함을 어필하는 사진들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첼로를 켜고 있는 파블로 카잘스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나와서 엽서까지 사버렸네요;; 그 첼리스트의 뒷모습을 볼때는 미술관 안에도 낮게 첼로 연주가 흐르고 있어서 더욱 감동을 배가시켰던 것 같습니다-_-)b

다만 포트레이트들은 다 기본적으로 만족을 주었던데 반해 끝물의 '사회의 얼굴'이란 테마로 찍은 저널리즘적 사진들은 그다지 재밌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연출된듯한 화면의 부자연스러움과 사람들의 뻣뻣함이 그 전까지의 자연스럽고 재밌는 포트레이트들과는 너무 비교되더라구요;; 그래도 용광로에서 부어내리는 쇳물의 흑백사진 같은 것은 튀는 불티들이 마치 철필로 에칭을 한듯한 날카로운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그건 카쉬만의 특색이라고 하긴 좀 아닌 거 같구요;;

그래도 거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제일 황당했던 건 마지막 국내 작가들의 소품들이었습니다. 아니 국내 작가들이 찍은 작품 자체를 걸었다는 게 문제는 아니에요. 국내 작가가 찍은 '유섭 카쉬' 생전의 모습도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감성이나 표현이 그다지 연관이 없어보이는 듯한 작품까지 함께 전시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고 그 화룡점정은

왜 거기 전원일기 김회장네 둘째 용식이가 걸려있냐고ㄱ-

이건 뭐 나가는 출구 직전 마지막 작품으로 현직 문화부장관 인촌이 횽아가 걸려 있으니, 이건 뭐 교실마다 걸려있던 70년대 빡통 삘이 내고 싶었던 건지, 저쪽 북녘의 김빠마 흉내를 내고 싶은 건지 참 아연해 지더군요;; 이런 사진은 작품이랍시고 찍히고 싶었던 모냥이지?(피식)
그 사진 앞에서 나가기 전에 유인촌이 부릅니다 "사진 찍지마, 씨발, 찍지마. 성질 뻗쳐서 정말, 씨발 찍지마." 한 번 해주고 나왔습니다, 네네. ( <- )

마지막에 잠깐 더헉 했지만 전체적으로 사진을 잘 모르는 저도 재미있게 볼만한 사진 전시였습니다. 유명인들의 사이드 스토리와 함께 흑백 인물 사진의 강렬함 그리고 정적인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할 만 합니다. 다만 제 친구가 좋아하는 로버트 카파 식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이나 박진감, 맥동하는 현실을 맹렬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심심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물 사진의 거장, 카쉬 전(Karsh 展) 공식 홈페이지 : 클릭

P.S : 카쉬 전도 카쉬 전이지만 전번에 포스팅했던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 토탈 아트를 찾아서(Gustav Klimt in Korea 2009) 전'도 15일이 마지막입니다. 사실상 이번주말이 마지막 주말이겠네요. 수요일이 직장인 데이라 9시까지 하긴 합니다만. 이번 한국 전시가 끝나면 이번에 오지 못한 '입맞춤(Kiss)'에 이어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유디트(Judith 1)'마저도 본국 오스트리아에서 벽 속에 영구 붙박이작이 되어버린다고 하니, 유럽까지 가셔서 볼 게 아니시라면 클림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마지막 이 한 주를 놓치지 마시길 ㄱ-)b

P.S2 : 클림트 전의 경우 예스게이 텔레콤(...) 이용자 분들이시라면 T Culture Day 행사로 12000원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있으니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으실듯. '멤버십/이벤트 -> 멤버십스페셜 -> 문화공연혜택 -> T CultureDay ->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12일까지 신청 가능.

P.S3 : 카쉬 전은 이미 끝나고 앙코르 재오픈을 기다리는 중이라 드릴 정보가 없네요;;
P.S4 : 다 보고 나온 후에 친구가 카스트로 앞에서 찍어준 사진. 제목은 "횽아가 지켜보고 있다 ㄱ-)r" ( <- )

P.S5 : 예정되었던 앙코르 카쉬 전이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취소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막바지에 보길 잘했네요_no ( <- )

덧글

  • lchocobo 2009/05/10 00:03 # 답글

    저도 보고 왔는데 유명한 사진 앞에서는 어김없이 사람이 밀리더군요.....얼마 안남았다고 해서 사람 많았던 것 같은데 앙코르라니..!! (퍽)
  • 2009/05/10 00: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슈 2009/05/10 19:47 # 답글

    저도 카쉬전 갔다가 좋은 사진으로 샤방해진 기분이
    막판 그 사진 하나에 와르르 무너졌다죠.
  • 라디에르 2009/05/11 09:25 # 답글

    미술관 안에 흘렀던 연주가 파블로카잘스의 연주라고 하더군요...^^;;
    저도 파블로 카잘스 사진이 좋았는데 엽서는 살짝 짤렸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조금 뭔가 미묘해진 느낌이라 오드리양만 업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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