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 토탈 아트를 찾아서(Gustav Klimt in Korea 2009) by Sion

이미 다녀온지는 꽤 되었지만 지난 2월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 토탈 아트를 찾아서 전'에 다녀왔습니다. 전시는 1층과 2층 복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 입구로 들어가면 1층 전시 끝부분에 2층으로 올라가는 유리 계단이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Lebens Baum)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포스팅했다시피 '생명의 나무'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었습니다. 전까지는 그 유명한 'KISS'고 뭐고 그 금삐까(...)를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었죠;; 하지만 그 싫어하는 사람조차 반해버리게 만드는 매력에 취해있던 차에 전시회 소식까지 듣게 되어 낼름 갔습니다. 그 동안 욕(?)하고 돌아다녔던 걸 뒤늦게 벌충하는 마음으로요;;

듣자하니 클림트 단독 전시회로는 아시아 사상 최대 규모라더군요. 이번 전시회 역시 최후까지 일본과 경합을 했었다고 합니다.
수요일 낮에는 일반 도슨트(작품 설명)가 아닌 이 전시회의 기획자인 큐레이터의 스페셜 도슨트가 있는데 저는 그걸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위주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들은 클릭하면 조금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지독히 사랑했기에 오히려 결혼하지 않고 소울메이트(애인이었다는 논란도 있긴 하지만;;)로 평생을 지냈다는 에밀리 플뢰게와 클림트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우선 처음 들어가면 에밀리 플뢰게가 지어준 작업복이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 유행하던 동양화적 기법의 영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우키요에는 물론, 중국이나 우리나라 초상화에서도 흔히 보이는 '정면성'에 관해서요.
마리 브로이니크의 초상(Portrait of Marie Breunig) © Gustav Klimt in Korea 2009

1층에서 처음으로 감명 깊었던 건 '마리 브로이니크의 초상(Portrait of Marie Breunig)'이었습니다. 평면으로 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옷주름과 장신구 등 압도적인 입체감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잡티 하나 없는 우윳빛 살결은 정말 곱디 고와서 자동적으로 얼굴이 가까이 가더군요( <- )
여자 누드(Female Nude Study) © Gustav Klimt in Korea 2009

또한 그 직전에 보이는 '여자 누드(Female Nude Study)'가 의외로 시선 끌었습니다. 그가 응용 미술 학교를 다니던 꼬꼬마 시절(응?!;;) 그린 것으로 클림트의 여자 누드 중 유화 작품은 이것이 유일하다는 군요. 저는 소담스러운 굴곡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물론 그 옆에 나란히 걸린 같은 수업 시간에 그렸다던 '남자 누드'의 등짝 따위는 눈에 안들어옵니...(쿨럭;;)
의학(Medicine)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그런 여성의 굴곡에 더해 부유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의학(Medicine)'이었습니다. 원래 대학의 명성을 위해 진취적이고 아카데믹한 이미지를 원했던 대학 이사진들이었지만, 클림트는 오히려 질병과 죽음을 배치하여 고통받는 인류를 표현해버렸죠. 당연히 대학 당국은 격노해서 최소한 부유해서 고통받는 여성이라도 강한 이미지의 남성(아마 아폴로 같은 이미지겠죠?;;)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클림트는 '껒여!' 한마디로 깔끔히 무시해 버립니다. 그 역시 열받아서 다시는 이런 쪽 의뢰를 안받았다고 하네요;;

클림트 답다면 답게, 전체적으로 초기 드로잉에서 보이는 여성의 양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다른 전시회들과 작품들을 보면서 느끼기 시작한 거지만 의외로(응?!;;) 보통 현실과 동떨어진 그림(추상화 같은?)이 대표작인 화가들도, 일가를 이룬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뎃생과 정상적인(?) 그림들 역시 잘 그리는 것 같아요. 대표작은 그 전통적인 양식을 자기식으로 소화해냈기 때문에 나오는 새로움이랄까? 어떤 의미에서 온고이지신.

그런 초기 그림들을 지나 당시 분리파의 포스터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시실 중앙에는 분리파 전당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더군요. 왜냐하면 그 전당 자체도 분리파를 상징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분리파'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클릭)이나 기타 웹을 뒤져보시길ㄱ-)b
국제 음악 및 무대미술 전시를 위한 포스터(Poster for a Music and Theater Exhibirion)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구스타프 클림트의 형제인 에른스트 클림트가 완성한 '국제 음악 및 무대미술 전시를 위한 포스터(Poster for a Music and Theater Exhibirion)'는 캔버스에 먹은 유채가 마치 렌티큘러 같은 느낌을 보여주어 신기했습니다. 사진으로는 안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여러 각도에서 볼 때마다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 18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Poster for the 18th Exhibition of the Vienna Secession)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이곳에는 클림트의 작품 뿐 아니라 여러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카툰에 가까워 보이는 포스터들도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귀엽거나 어찌보면 조금 익살스럽기도 한 포스터 디자인들.
제 1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 검열 전(Poster for the First Exhibition of the Vienna Secession)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이 포스터는 분리파 전시 포스터로, 여기서 보이는 미노타우르스와 테세우스의 전투는 당시 미술계의 신구 세력의 격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테세우스 쪽이 클림트와 신세력;;
제 1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 검열 후(Poster for the First Exhibition of the Vienna Secession)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그런데 이 포스터는 두 가지 버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틀린 그림 찾기처럼 비교해 보시면 중요한(!) 부분이 다름을 알 수 있죠. 얼마전 동방신기의 미로틱 판결도 그렇지만, 그때라고 별 수 있습니까;; 그 당시에도 당연히 검열이 상존했고, 아무리 신화적 존재라지만 테세우스가 거시기를 덜렁덜렁 내놓으면 안된다는 거죠. 그래서 한 버전은 검은 나무가 잘 가리고 있습니다. ...마치 꼬꼬마 때 보던 5백원 짜리 해적판 일본 만화가 떠오르는 기분ㄱ- 그때는 여자들이 꼭 겉옷안에 검은 타이즈를 입고 있었죠(먼 산) 이 분리파 전시 포스터 두 점은 그렇게 그 당시 분위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화를 모티프로 신전 같은 구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저 넓은 여백도 초반에 설명된 동양의 영향일까? 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1층의 메인 전시 작품인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역시 분리파 전시회의 일환이었는데 비엔나 분리파에 속한 예술가들이 베토벤에게 경의를 바치기 위해 베토벤이란 표제로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했다고 합니다. 이 베토벤 프리즈는 그 중 클림트의 작품이죠.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전시도면 © Gustav Klimt in Korea 2009

한국 전시회의 부제이기도 한 '토탈 아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의 영화와 같은 종합 예술적 면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총 3부로 된 스토리를 가진 3면의 회벽에 그려진 벽화와 음악의 조화가 이루어진 작품으로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아쉽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1902년 초연할 당시에는 말러가 음악을 맡았다고 하네요. 확실히 라이브와 크로스 되었으면 감동이 더욱 배가 되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습니다.

원래는 한 번만 전시한 후에 폐기될 예정이었으나 클림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에곤 실레를 비롯, 여러 사람들의 설득과 노력으로 보존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초연작은 훼손이 심해 현재 분리파 전당에 설치되어 있고, 현재 한국 전시작은 84년 리프로덕션된 작품이라는 거 같아요. 그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해 주시길(클릭)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초판본은 아니라고 하지만 우선 회벽의 질감과 물결 하나하나가 마치 구름 같았습니다. 3면을 흘러가는 천사들도 그렇고요.

많이들 헷갈리신다고 하는데 감상하는 순서는 왼쪽 - 정면 - 오른쪽 입니다.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 약한 자들의 고뇌 © Gustav Klimt in Korea 2009

도입부라고 할 수 있는 왼쪽 회벽의 제목은 '약한 자들의 고뇌' 라고 합니다. 고고하게 흘러가는 천사들 밑으로 지상에서 고통받는 인간들이 황금 갑옷의 기사 앞에 기도하듯 묻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 게 고통스러운 거냐고, 어떻게 해야 이 고통이 사라지겠느냐고. 이 막막한 호소에 기사는 여행을 떠납니다. 금을 입히고 색을 칠한 것 뿐 아니라, 회벽을 직접 파서 갑옷의 윤곽선을 실제 입체적으로 그린 것이 이채롭습니다.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 적대하는 힘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전개부라고 할 수 있는 정면 회벽의 제목은 '적대하는 힘' 입니다. 황금의 기사는 티폰과 그 딸인 질병, 죽음, 광기의 고르곤 등과 대적하게 됩니다. 세상에 만연해 있는 죄악들과 싸워 나가는 것이지요. 조금 전의 황금 갑옷 뿐 아니라 마녀의 금장식, 보석 장식들까지 금빛이 입체와 어우러집니다.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 환희 © Gustav Klimt in Korea 2009

마지막 절정 및 결말이라고 할 수 있는 오른쪽 회벽의 제목은 '환희' 입니다. 그 모든 고통과 시련을 거치고 나자 님프가 '환희의 찬가'를 음유하고 천사들이 합창합니다. '환희의 찬가'는 원래 실러의 시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의 절정부인 '환의의 찬가'에 크나큰 영감을 주었다고 하지요. 예술과 사랑이란 인간의 영적 승화를 통해 기사는 상처와 여태까지 걸치고 있던 황금 갑옷조차 모조리 벗어던집니다. 그리고 천사들의 합창 속에 세상을 향한 키스를 보내지요. 그 상대가 되는 여인과 그 기사는 연리지처럼 서로의 발 밑이 얽어졌습니다.

주제나 스토리 텔링도 그렇고 전시회의 한 축이 될만한 감명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아, 물론 저로서는 황금의 기사에서...
The Five Star Stories by Mamoru Nagano © Kadokawa Shoten

나이트 오브 골드?! ㄱ- 란 망상도 좀 했지만요ㄱ-(쿨럭;;) 아니 그게 진짜 파티마스런 마녀들의 체형도 그렇고. 나이트 오브 골드가 수많은 시련과 영겁의 우주를 넘어 한 여인과 조우하여 키스를 하는데 생각이 안나게 생겼냐능?;; ( <- ) ...나가노 마모루도 클림트 빠 일지도...ㄱ-

그러고 보면 전시장 구성도 베토벤 프리즈 직전까지는 유혹적인 붉은 벽에 작품들이 걸려있었지만, 이 베토벤 프리즈에 들어서면 갑자기 새하얀 벽이 되는 게 성스러운 느낌을 배가시켰습니다. 큐레이터의 도슨트도 그렇고, 작품 뿐 아니라 전시관 전체의 세심한 구성도 그렇고 이 전시회 관련자들의 '클림트 쨩, 하악하악 ;ㅁ;)b'이란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네요(쿨럭;;)

이 대작업 후 클림트는 분리파에서조차 또 분리해 나갑니다. 일종의 반골 기질이랄까, 그의 끊임없는 혁신 의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결과가 포스터룸에 나타나 있더군요.
Trieste Fishing Boat by Egon Schiele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그 포스터들 중에는 클림트의 작품 뿐 아니라 여러 동료들의 작품이 있었는데, 코코슈카의 목각 인형이나 인형극, 만화 혹은 동화 같은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서도 몇 점 보이지만 클림트와 연관된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를 열렬히 추종했다던 에곤 실레의 'Trieste Fishing Boat'를 비롯 다수의 작품이 보였어요. 큐레이터는 일종의 서프라이즈라는 의미와 클림트 이외의 인물에 포커스가 돌아가는 것이 싫어서 이쪽은 일부러 홍보를 잘 안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관계자들의 '클림트 쨩, 하앍하앍';;

그리고 한 방은 당시 그와 동료들이 추구하던 토탈 아트, 즉 생활 속의 예술을 방 하나를 통채로 할애해 재현해 내기도 했습니다. 식기부터 벽지까지 생활속의 종합 예술 추구한 것을 보여주네요.

의외지만 클림트가 그린 풍경화도 생각보다 상당히 많았습니다. 점묘법을 사용하거나 직접 자연 안에 뛰어들어서 그리는 건 인상주의와 유사하지만 색을 파레트에 섞어가며 시간을 들여 채색한 것은 조금 달랐다고 하더군요. 원래 인상주의는 찰나의 인상을 표현하기에 색을 섞을 시간도 없어 거의 원색 위주가 많다고 합니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예를 들어 나뭇잎 같은 부분을 며칠간 시간을 들여 그리고 칠한 것이라 인상주의의 범주와는 약간 다르다네요.
아터제 호수(Litzlberg on the Atterse)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그런 작품의 대표격인 '아터제 호수(Litzlberg on the Atterse)'는 또한 당시의 최신 기술 받아들였습니다. 클림트는 얼리어댑터적인 성격도 강했다는데 사진기나 망원경으로 풍경을 관찰한 후 2차원의 평면으로 압축해내었다고 합니다. 동양의 영향을 받은 정면성 뿐 아니라, 공간의 압축성에도 천착했다네요.

그런 그의 성향을 되새기고자 함인지 '키스'를 비롯해 한국에 못 온 작품과 그의 일생을 다수의 LCD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멀티미디어적인 구성 전시한 것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그 작품들도 모두 초대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신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얼리어댑터적인 클림트와 어울렸다고 생각되네요.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 관계자들의 '클림트 쨩, 하앍하앍';;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생명의 나무'가 포함된 '스토클레 프리즈'는 이번 전시회에 거의 관련 사항이 없고 중요하게 다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오브제와 습작들은 왔지만 크게 취급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아니 뭐 그 벽을 집에서 떼어올 수는 없을테니 이해는 가지만요;;
Seated Semi-Nude with Closed Eyes © Gustav Klimt in Korea 2009

2층에서 가장 붉은 방은 바로 '에로틱 드로잉' 방입니다. 이건 뭔 옥보단이나 카마수트라도 아니고 참 다양한 체위를 다양한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더군요;; 컾흘용 실습교재?!(콰쾅!)
애인도 있고 매춘부도 있다는데 하여튼 동침하기 전에 그렸다는 듯합니다. 그래선지 포즈나 묘사나 참 대담하더군요;; 다 그리고 나면 '몸이 차지? 오늘은 자고 가'로 고고싱~이었다는 듯(...)

그는 특이하게 작품이 일반적으로 보기에 완성되고 안되고를 떠나 선 몇개밖에 없는 단순한 드로잉이더라도 스스로 작품이라 인정한 것들엔 사인을 해서 독립된 작품으로 취급했다고 합니다. 이 에로틱 드로잉 들 중에도 사인이 된 게 몇 개 있더군요.

클림트는 원래 호색한이란 별명이 따라 붙는 화가이고, 고흐나 많은 예술가들과는 달리 살아있을 때도 특별히 가난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더군요(2004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1억3500만달러(1800억원)로 고흐의 최고가작 '가셰 박사의 초상(8250만달러)'을 앞질러 버렸다니 무덤에서 고흐도 춈 억울할 듯(쿨럭;;) 참고로 저 클림트 작품의 주인은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의 회장). 살아서부터 잘나가던 작가여서 에곤 실레를 비롯해 여러 후배들을 뒷바라지 하기도 했답니다. 워낙 여자 관계가 방탕해서 아기를 싫어했다고도...(애초에 자기 잘못이긴 하지만, 허구헌날 찾아오는 여자들의 '내 뱃속엔 이 사람 애가 있어요!'란 리얼 아침 드라마가 펼쳐지면 싫어할 만도 할듯(쿨럭;;)) 게다가 평생 어머니와 누이와 살아 피터팬 컴플렉스가 아니었나 하는 소리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아기(Baby)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그래서 만년의 밝고 화려한 패치워크 이불보에 싸인 아기를 그린 '아기(Baby)'란 작품이 그의 작품 세계에서 신선하다는 소릴 듣는 거구요.

그런데 그런 그가 평생 인정한 두 명의 아들의 초상이 얼마 전 발견되어, 이번 한국 전시에서 최초 공개 되었습니다. 애라면 학을 뗀 클림트가 매우 아끼던 아이들이라 직접 초상화를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구스타프 짐머만과 오토 짐머만이 그 아들들입니다. 물론 천벌(?)인지 한 아이는 일찍 죽었다지만.
Gustav Zimmermann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천벌은 계속되는지 첫째 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가정 환경이 안좋았던 건지 커서 방탕하게 살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다 큰 후에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인 클림트한테 돈 좀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그때 클림트가 '당장 현금이 없으니 내 그림이라도 몇 점 주랴?'라고 했다는데, 이 아들의 대답은 '아, 뭐 건 됐고 돈 될만한 거나 주쇼. 거 꼰대 시계 쫌 비싸보이네, 거나 주쇼.'라며 달랑 시계 하나 들고 나갔다고...;; 역시 탕아질도 럭셜하게 할라면 심미안이 춈 있어야 되는 듯(쿨럭;;). 그때 '키스'나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들고 나갔으면...ㅎㄷㄷ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Adele Bloch-Bauer) © Gustav Klimt in Korea 2009

2층 마지막으로 갈수록 사진 같은데서 많이 봤던 대표작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한나 슈타우데의 초상(Portrait of Johanna Staude)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요한나 슈타우데의 초상(Portrait of Johanna Staude)'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인데, 이 작품은 자세히 보면 입술 부분이 미완성입니다. 저는 이전까지 입술부분의 하얀 게 입을 벌린 표현인 줄 알았는데 미완성이라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 작품이 미완성이 이유도 별 거 있습니까? 클림트의 여성 편력 때문이지요;; '모던 엔젤'이라고 불릴 정도로 당시 가장 잘나가던 여성인 이 요한나 슈타우데는 언제까지고 입술을 완성하지 않는 클림트가 이상스러워 어느날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러자 클림트가 한 대답은 이것이었다지요. "그 입술까지 완성시켜버리고 나면, 당신이 내 아틀리에를 다시는 찾지 않을테니까." 참 선수스런 대답인 듯ㄱ-)b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 Gustav Klimt in Korea 2009

초유명작이자 개인적으로 클림트하면 생각나는 느낌의 그림 중 하나인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클림트의 일관적인 테마이기도 합니다만, 성경적으로도 '에로스와 섹스'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바로 이 아담과 이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보통 원죄를 강조하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클림트의 작품인 만큼 당연히 긍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선악과? 원죄 의식? 그딴거 없습니다. 작품에서는 이브가 아담의 전면에 나서 있습니다. 무기력한 표정의 아담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지요. 풍만한 흰 살결에 정면을 직시하는 이브. 본능과 에로스를 상징하는 호피무늬, 다산의 상징인 아네모네까지 등장시켜 그녀를 여신화 합니다. 아담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전면에 나서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는 듯 갸우뚱한 이브의 미소는 짐짓 얄미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표정은 자기가 원하면 남성 뿐 아니라 신의 섭리마저 깨부술 수 있다는 듯합니다. '팜므 파탈'의 시작입니다.
유디트(Judith 1) © Gustav Klimt in Korea 2009

그 팜므 파탈의 이미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클림트의 작품이 이번 한국 전시 초대작 중 가장 유명할 대표작 '유디트(Judith 1)'입니다. 이 역시 성경에서 모티프를 따온 이야기지요. 마치 논개처럼 앗시리아 적장의 목을 벤 유디트를 표현했는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뜨거운 애국심도 복수의 비장함도 아닌 황홀경에 빠진 얼굴입니다. 베어버린 적장의 목을 들고 마치 오르가즘에 빠진 듯 입까지 조금 벌린 표정의 유디트. 하지만 그 적장의 목은 사실 관심의 대상조차 아니라는 듯 프레임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습니다. 이야기를 모르면 목이 베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홀대받고 있네요;; 게다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당시 남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갑옷. 남성들을 궁극적으로 파멸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낱말 그대로의 '팜므 파탈' 이미지입니다.

이 작품에서 역시 '베토벤 프리즈'처럼 금박과 장신구의 입체적 표현이 돋보이며, 금빛의 액자 자체까지 한 작품인지라 이중창으로 엄중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면 빠른 물살이 흐르는 것처럼 불타는 듯한 피부와 화면 묘사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이야기와 구성 모두 유명한 만큼 임팩트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유디트'를 비롯 '아기'까지 보시고 나면 전시의 끝입니다. 끝나고 나오면 바로 이 전시회와 제휴한 스와로브스키 장신구들을 비롯 여러 제품의 전시가 되어 있으므로 지름 조심, 지갑 조심 ㅋㅋ

티켓의 절대값이 비싼 건 사실인데(성인 1만6천원. 대신 어린이는 5천원으로 다른 전시회보다도 저렴하네요.), 개인적으로 올해 다녀왔던 미술 전시회 중에서는 가장 만족할 만 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주관적입니다만 올해 직접 다녀온 전시를 비교해보자면...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 토탈 아트를 찾아서 전 >=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 화가들의 천국 > 루벤스와 바로크 걸작전 >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 > 서양미술거장전 : 렘브란트를 만나다

가 되겠습니다. 전시회 구성이라던가 전체적으로 보자면 클림트 전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퐁피두 센터 전에서는 '호안 미로'의 'BLUE 2'가 아주 그냥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던지라 '>'가 아니라 '>='.

보도에 의하면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1백년(진짜 그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동안 오스트리아 국외 전시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기회가 왔을 때 잡으시는 게 좋을 듯 -_-)b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링크, CJ 티켓에서 되고, 현장구매 시에는 해피 머니 상품권으로도 결제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요일은 직장인 데이(저녁 9시까지 오픈) 같은 식으로 요일 별 혜택이 따로 있으니 공식 홈페이지를 잘 살펴서 맞는 날을 찾아보시길. 또한 전시회 측과 제휴한 일부 대학(현재 연세대와 홍익대) 학생은 10% 할인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구요(제휴는 학생회 차원에서 신청하면 된다니 보고 싶은데 안됐다 싶으면 학생회를 갈구세요ㄱ-)b(...)). 그밖에 이벤트나 혜택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를 뒤져보세요~-_-)/

전시회 공식 홈페이지 : Gustav Klimt in Korea 2009

P.S : 본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Gustav Klimt in Korea 2009' 측에서 제공받은 레퍼런스 이미지입니다. 따라서 저작권에 민감하오니 상업적 이용이나 무단전제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커칸들 부인의 초상(Portrait of Amalie Zuckerkandl) © Gustav Klimt in Korea 2009

P.S2 : 레퍼런스 이미지라 그런지 파일 하나하나의 크기가 무지막지 하더군요;; 예를 들어 '주커칸들 부인의 초상(Portrait of Amalie Zuckerkandl)' 같은 경우는 그 파일 하나만 80메가가 넘네요(쿨럭;;) 모처럼 제공 받았으니 되도록 좋은 버전의 이미지를 포스트에 쓰고 싶었지만, 그런 용량 관계 상 이 포스트에 쓰인 것은 레퍼런스의 Low 버전 이미지라는 걸 감안해 주시길.
키스(KISS) © Gustav Klimt in Korea 2009

P.S3 : 가장 유명한 클림트의 대표작인 '입맞춤(Kiss)'이 이번 한국 전시회에 없는 이유는 예전에 뉴욕 전시회에서 모종의 이유로 일이 꼬여 작품을 압류당할 뻔 하는 등 문제가 생기자 시껍한 오스트리아 측 미술관에서 이후 국외 반출 자체를 금지시키고 그림도 액자째로 이중 처리하여 벽에 아얘 묻어버렸다고 합니다ㄱ-)b 이제 국외 전시가 하고 싶으면 벽째 뜯어가야 하게 된거죠. 그러니까 사실상 오스트리아 이외의 나라에서는 관람이 불가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나 피카소의 '케르니카'와 비슷한 케이스라네요. 꼭 보고 싶으신 분은 오스트리아로 ㄱㄳ;;

P.S4 :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분들은 모두 무료, 동반 보호자는 2명까지 3천원 할인 행사도 한다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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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앞치마소년 2009/04/19 10:20 # 답글

    한참 내려가며 보다가 나이트 오브 골드가 나와 당황했던 1人[...]
  • lchocobo 2009/04/19 14:46 # 답글

    아니 저도 황금의 기사를...그만.....아, 역시 예술은 어렵군요.
  • Layner 2009/04/20 00:18 # 답글

    와, 이렇게 자세하게! 덕분에 공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해피머니에서 1만원으로 구입가능한 이벤트로 표만 구해놓고 아직 못 갔습니다. 끝나기 전에 가야 할텐데 말이죠. ^^
  • 2009/08/09 22:1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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