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 - 감상 및 망상 by Sion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와 용산 CGV IMAX관에서 1회씩 일반상영과 IMAX DMR2D로 관람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덕후 본좌들의 대인배스런 동인질은 정말 무섭다능..._no'이 되겠습니다(응?!;;). 양덕본좌들은 여태 취미에 할애한 자기 돈에 남의 돈까지 천문학적으로 끌어다 스케일 큰 동인 활동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음...출신성분(?)은 조금 다르지만 동인활동 동료로는 '킹콩'의 피터 잭슨도 생각할 수 있겠죠;;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 고 고(マッハ Go Go Go) '가 원작인 이 영화는 정말 굉장한 색감과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니 '아니메가 원작인 영화'라는 말로는 좀 부족한 거 같아요. 저는 이 영화가 적어도 영상에 있어서만큼은 영화와 아니메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장르 창조'에 가까울 정도로 혁신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 다소 거친 모습에 취향을 많이 탈 거 같긴 하지만요;;
예를 몇개 들어 보자면 만화의 컷을 보는 듯한 편집을 활용해 장면을 전환한다거나, 만화나 아니메 수준으로 과장된 집중선을 활용하는 것이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집중선이란게 멈춰 있는 주체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거나 또는 그 행동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 주체 자체가 실제 움직이는 영화에는 원래 필요치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만화지면이나 일본 고유의 아니메 기법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서 일종의 눈속임(?)을 위해 자주 사용하던 것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속도감 있는 장면에서부터 개그 씬까지 광범위하게 쓰고 있습니다. 레이싱 장면에선 빠른 속도 때문에 스쳐지나가는 배경과 트랙을 잡아 늘인 듯, 차를 제외하곤 일부러 더 과장하여 집중선처럼 보이게 처리하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빠른 스피드 속에 각종 네온사인과 차들이 흘리는 총천연색 라이트는 아니메 '아키라(アキラ)'의 바이크 씬을 떠오르게 하는 한편 최초의 CG영화라는 '트론(TRON)'을 생각하게도 했습니다.

사실 이 집중선을 아얘 대놓고 쓴 곳은 스프리틀이 등장하는 개그 씬들인데 아마도 원전이 '북두의권(北斗の拳)'일 듯한 아니메 - 영어더빙이 아닌 당연히(?!) 영문 자막에 일본어 음성 - 에 심취해 결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지요. 뒤에 레이서 가족이 잠입한 닌자 들과 싸울 때도 마찬가지고요. 스프리틀과 침침이 등장하는 씬에서는 아예 캐릭터의 동작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고정해 놓은 채 집중선과 색감만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때는 보통 초당 24프레임인 영화와 달리 리미티드 기법을 쓰는 일본TV아니메(초당 8프레임)스럽게 극단적으로 프레임 다운시키는 정성까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런 만화적 상상력(?)이 폭발하는 장면들은 좀 뚝뚝 끊겨보인단 느낌이 들죠;;

뭐 영화 맨 첫 로고 화면부터 '만화경'에, 주인공이 수업시간 교과서에 하던 장난은 가장 초보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만화경 직후 마찬가지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다른 로고 화면에서 장미의 각인이 회전하는 '소녀혁명 우테나' 오프닝 첫머리가 생각난 나는 위험한건가?!_no)

여담이지만 점점 영화로 흡수되어 애니메이션만의 고유 입지가 줄어드는 것 같은 위기감도 느껴지네요. 아니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요즘 연이은 코믹 원작 블럭버스터 무비에 상업 아니메 계도 뭔가 멋진 반격을 해주면 좋겠는데...뭐랄까 그쪽은 근친교배 끝에 서서히 자멸해가는 느낌이 들어서_no 희망을 버리지 않게끔 간혹 좋은 것도 나옵니다만 말이죠;;
어쨌건 화면 전체적으로 마치 빙글빙글 색색깔로 만들어진 막대사탕 - 롤리팝 캔디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하고 원색적인, 그야말로 유치한 색감입니다. 그 사탕만큼이나 영화의 호불호도 극단적으로 갈릴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마 그 달콤함을 쪽쪽 빨아먹고 형형색색으로 물든 혓바닥을 내밀며 천진하게 헤에~ 웃을 수 있는 아이같은 사람과 그딴 싸구려 불량 과자 먹으면 이빨 썩고 건강에 나쁘다는 어른같은 사람으로 나뉘겠지요. 제 혓바닥은 이미 형광색입니다-_-)b(...)

저는 '승리호'건 '스피드 레이서'건 원작을 어릴 적 유선방송과 AFKN에서 몇 번 본 게 다라서 원작과의 관계를 확실히 이렇다! 고 말씀드리긴 힘듭니다. 기억나는 장면도 몇개 없구요. 그러나 그후 SBS에서 방영해 인기를 끈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新世紀GPXサイバ-フォ-ミュラ, '영광의 레이서'로 방영)'에서 보아 왔던 캐릭터 관계를 떠올릴 수도 있어 나름 즐거웠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과 레이서X의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 중 '11(더블원)'에서의 카자미 하야토와 나이트 슈마하(스고 오사무)를 떠올리게 했어요. 물론 이것 역시 나중에 나온 '사이버 포뮬러'(특히 TV판)가 '마하 고 고 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싶지만 확실친 않네요;;

영화 초반부 형의 자취를 따라 고스트카와 자웅을 겨루는 씬은 그 영상미학이나 '가장 존경하지만 가장 넘고 싶은 형, 그러나 아직 지울 수 없는 애증 얽힌 사나이'란 의미 자체로도 멋졌지만, 이번에는 레이싱 게임인 사이버 포뮬러(新世紀GPXサイバ-フォ-ミュラSIN CYBER GRANDPRIX)의 1:1 모드를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자신이 이전에 세운 베스트랩의 고스트카와 대결하는 모드거든요. 사실 이것도 저는 앞서 말씀드린 11의 '하야토와 슈마하의 레코드 라인 비교' 에피소드가 떠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음...그런 고로 이 '스피드 레이서'란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영화적 경험보다는 아니메와 게임에 대한 경험이 더욱 요구되는 좀 별난 케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흥행이 좀 더 잘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건 '비'가 나와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엔 국민 게임인 '카트라이더'가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까지 했었다니까요. 다들 드리프트란 말에 익숙하잖아ㄱ-(콰쾅!)

보통 이 영화를 만족하게 보셨던 분들의 평도 전작들에서 보여 주었던 철학이 없다, 스토리가 너무 단선적이다 라고 하지만 찬찬히 보면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모든 영화가 보기 나름 생각하기 나름인 거지만요.

감독들의 전작인 '매트릭스(The MATRIX)'에서의 주인공이 빨간 알약과 푸른 알약의 선택으로 거짓이지만 안락한 매트릭스와 진실이지만 남는 건 시궁창 속의 투쟁 밖에 남는 게 없는 현실 중 택일을 사실상 강요 받았던 것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도 부귀영화를 보장할테니 50년 넘게 이어져 온 침묵의 카르텔에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상처뿐인 영광인 신념을 안고 대회 출장조차 불안해 지는 삶을 살 것인지 선택을 강요 받습니다. 주인공의 어려진 연령만큼 스토리텔링의 눈높이도 다소 낮아졌지만요.
- 이 체커를 손에 넣기 위해 오늘도 용기와 음모가 교차합니다 -

이것은 엄마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나쁜 짓 하지 않고, 정직하게만 살면 세상 모든 일이 잘 될 줄 알았던 어린 아이가 세상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받는 쇼크와 일맥상통 합니다. 알고 보니 세상은 룰에 따라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성공은 학점보단 학벌과 상관이 있기 십상입니다. 애초에 그 학점은 컨닝하지 않고 제대로 딴 건지 의심스럽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 실력은 펼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해요. 게다가 덜여문 안목으로 얼핏 보기에도 거짓말을 일삼고, 보이지 않게 나쁜 짓을 하는 인간들이 위에 서는 경우가 왕왕 눈에 띕니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 하듯, 영화에서도 역시 수십년 동안 거의 모든 선수들이 그 암묵적으로 합의된 시스템에 순종해 왔습니다. '슬램덩크'의 안선생님도 말씀하셨죠.
- 뭔가 다르다_no -

그러나 주인공은 다릅니다. 온갖 협잡과 반칙기술이 난무하는 레이스에 자신의 신념과 실력만을 믿고 오로지 달립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레이스에 대한 열정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으며 잘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설혹 내가 달리는 것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이 일을 끝까지 해내겠다'라는 듯이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스피드'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예언에 정해져 있는 구세주로서 선택 받은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 길이 평탄할 리 없습니다. 레이스는 맨땅에 헤딩하듯 서킷과 장애물을 들이받아가며, 상대차의 온갖 폭력과 범법 속에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맞부딪히며 펼쳐집니다. 주인공은 떠밀려 절벽 깊은 골에 떨어지더라도 기민한 재치를 써 다시 악착같이 기어올라오지요. 그 상황에서 답을 얻기 전의 주인공 역시 고민합니다. '나는 어째서 계속 달리는 걸까? 왜 레이스를 계속 해야 하는 걸까?'라고요. 레이서X는 그 답을 경기를 통해 직접 알아내는 수 밖에 없다고 답해 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저는 이 부분 역시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ジャイアントロボ - 地球が停止する日)'의 한 부분과 오버랩 되었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것 같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던 쿠사마 다이사쿠가 대오각성하여 자신이 나아갈 바를 정한 장면에, 탁탑천왕 조개의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진실이란 무엇인지 묻는 것에야말로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이 '스피드 레이서'에서도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골인하는 마지막 연출이 그토록 감동적이었겠지요. 사실 안선생님은 원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념이 충만하더라도 사람인 이상 이렇게 쪼이고 깎이기만 하면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동료고 가족이지요.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혼자서만 모든 걸 짊어지려 할 경우 결과는 보통 둘 중 하나입니다. 폭주하거나, 제풀에 지쳐 쓰러져버리거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같은 명제 이전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사람은 함께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전통적 문법인 가족을 통해 해결하려 합니다. 주인공 아버지의 말처럼 어떤 결심으로 저 험한 곳에 가더라도 너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너를 위해 이 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 가족이라고 처음부터 완전했던 것은 아닙니다. 레이서 가족 역시 꽉 막힌 '가족을 위한 가족'이란 강요를 형의 죽음(사실은 다르지만 가족의 인식으로는)을 통해 문을 여는 법을 배우고 나서야 해결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그 가족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죠.

영화에서 편집상 이 가족 구성원 등장 부분이 다소 늘어지거나 지루했던 때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건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좀 더 정리하여 2시간 이내로 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의미에서 아주 빼놓는 것도 불가능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뒤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어쩌면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형과의 애증 깊은 관계를 이야기로 나불거리지 않고 초반 십수분의 고스트카 레이싱을 통해 아주 간명하고 스타일리쉬하게 정리해낸 공을 생각할 때 이정도 늘어짐은 조금 봐줄만도 하지 않을까요?

다만 이런 가족이란 파트너쉽의 힘을 바른 신념을 위해서가 아닌 정반대로 기존 시스템의 정점에 올라가기 위해 쓴 것이 '토고칸 모터스'입니다. 레이서 일가가 가족의 밝은 면을 보여준다면, 이쪽은 어두운 면인 '가족이기주의'를 보여준달까요?

가족 구성원도 생각해 보면 레이서 쪽은 레이서 성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정비공이지만 항상 행동을 함께하는 스파키, 사실상 며느리(...)이긴 하지만 얜 자기집도 없나 싶은 파트너 트릭시, 아얘 종족이 다른 침침 까지 평등하게 '가족'이지만, 토고칸 쪽은 반대로 혈족만이 가족이란 뉘앙스죠. 아니 뭐 실제 생긴 건 아버지는 일본인, 아들은 한국인, 딸은 동남아 스러워 이쪽이 더 다문화가정 같지만;;

이렇듯 영화 안에서 이 레이서 가족과 토고칸 가문은 '가족'이란 테마에 대한 테제와 안티테제인 셈인데, 이 가문의 향방에 따라 후속작에서의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재밌어 질 거 같은 느낌입니다.
마지막 씬들을 보면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아마도 후속편부터 진정한 보스는 미스터 무샤(사나다 히로유키)의 '무샤 모터스'일 겁니다. 영화 중간에 언급되듯 무샤 모터스는 '로열튼 인더스트리'와 함께 엔진의 필수 부품인 '트랜스폰더'의 2대 독점기업이지요. 그리고 밀약을 통해 로열튼은 손이 닿은 마피아를 이용, 토고칸 모터스에 방해공작을 펼쳐 주가를 폭락시킨 후 무샤가 헐값에 인수토록 하려 합니다. 그 댓가로 무샤는 트랜스폰더 공장을 로열튼이 완전독점할 수 있도록 넘겨주기로 하죠.

결과적으로 토고칸 모터스는 아버지와 아들의 술수+근성 콤비플레이를 통해 실 주가보다도 월등한 가격에 회사를 팔아 넘겼습니다. 테츠야 토고칸이 무샤가 아닌 로열튼과 주당 매매액을 직접 이야기한 걸로 보아 우선은 로열튼이 토고칸 모터스의 주식을 매입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매입한 주식을 막후에서 무샤 모터스의 공장과 맞바꾸는 계약을 통해 해결하구요. 아니면 일이 틀어져 그 손해를 로열튼이 매꾸기 위해 직접 매매에 나설 수 밖에 없던건지도 모르죠.

그러던 때에 주인공 스피드의 신념을 건 레이싱과 레이서X 측의 수사로 레이싱 계의 담합과 승부조작이 고발되었습니다. '이때다!' 싶게 경기에 함께 참여했던 토고칸 모터스의 태조 토고칸은 '양심선언'이란 형식을 빌어 레이스에 조작과 불법행위가 있었음을 언론 앞에 입증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범인 로열튼은 법의 처벌을 받게 되었죠. 이것이 이번 1편의 엔딩입니다.

이야기는 이 후부터 입니다. 그저 제 예상일 뿐이니 다소 이가 안맞는 부분이 있더라도 재미로나 한 번 보아 주시길. 아마 로열튼 그룹의 주가는 폭락했을 것이며, 실제 세계의 기업들이 그렇듯 레이싱 사업 부문에서 아얘 철수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로열튼 그룹는 무리한 가격에 주식매입 계약을 맺었던 토고칸 모터스에게 대금을 지불하기 어렵게 되고, 아마 토고칸의 아버지는 로열튼의 레이싱 사업 부문인 로열튼 인더스트리를 돈 대신 받게 될 것입니다. 인수 당한 회사의 CEO가 합병 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절묘한 수죠. 영화에서 등장한 '이오다인' 에피소드가 반대로 되풀이 된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무샤는 토고칸을 인수치 못했으므로 공장도 그대로 가지고 있겠죠.

자연히 인수한 로열튼의 기술도 이어받은 토고칸 모터스가 무샤 모터스와 함께 2대 독점 기업의 지위와 시스템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기업이 초반에 어떤 관계일지 좀 미묘하지만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리라 봅니다. 적어도 후속편 초반이나 3부작 중 2편까지는요. 옆자리는 바뀌었지만 오래 지속된 이 독점 시스템과 카르텔을 어느 쪽에서도 섣불리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도 병원안 외과 과장 선거에서 맞붙어 앙숙인 두 진영이 의료소송으로 병원이란 시스템이 위기에 처하자, 서로 싸우다 자멸하리란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우선 손부터 잡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실질적으로 레이서 가족이 맞닥뜨릴 적은 토고칸 가문이 되겠죠. 1편에서는 근성으로 극복했지만 객관적인 설비와 독점기술에서 열세인 레이서 가족은 초반에 굉장히 고전할 겁니다. 물론 그 막후에는 '무샤'가 있겠지요.

이후에는 스펙트럼이 넓을 거 같은데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양덕후인 감독들의 성향 상 아마 마지막에 가선 아니메 전개의 왕도를 따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미 레이서 가문을 도와준 전력이 있는 동생 호루코에 의해 진심으로 개과천선한 태조가 그 트랜스폰더 독점기술을 레이서에게 전해주며 한 편이 될 거 같다는거죠. 음...'엔진전수 에피소드'는 앞서 말한 사이버 포뮬러의 에피소드와 좀 비슷해 지는 거 같지만 어쨌건 실제 나온 영화의 스토리도 아니고 제 개인적 망상이니 뭐 어때요.
- 이생퀴, 너 나중에 나한테 얼마나 미안해질라고 개기냐 개기길 -

하여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1편에서 '그래도 너(호루코)와 나의 아버지인데 따라야 하지 않겠냐'란 대사로 조금이지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바 있고,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스피드에게 보내는 환호가 거짓이라 생각되진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 간단한 이유는 무샤란 캐릭터 외에 비중 높은 보스급 악역이 또 나오면 역설적으로 주인공이 살질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후레시맨' 같은 전대물을 봐도, '타이의 대모험' 같은 용사물을 봐도, 원래 정의의 편이 동료란 미명 하에 떼로 덤비는 거지, 진 보스급 마왕이 떼로 덤비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고 속된 말로 가오도 안삽니다. 아니메에 푹빠진 양덕후 앤디&래리 워쇼스키가 이런 룰(?)을 모를 리도 없고, 이 전통을 무시할 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로 후속편은 마왕 무샤 VS 업그레이드 레이서 + (돌아온 횽아 레이서X +) 개과천선 토고칸 OK?ㄱ-)b

레이서X에 괄호 친 이유는 흔히 그러듯 정체 밝힘과 동시에 스피드를 구하고 진짜로 죽는 스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말 이렇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3부작 전체로서 태조 토고칸의 비중이 주인공을 위협하게 된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비'는 정말 주인공 자릴 잡은 건지도 몰라요. '스타워즈'도 4-6까지만 보면 주인공이 '루크'지만, 1-6까지 다 보고 나면 결국 '다쓰베이더(아나킨)'가 전체 시리즈의 주인공인 것처럼. ...뭐 아직 망상일 뿐입니다만(쿨럭;;)
- 이미 1편부터 이런 포스터도 나왔음. 과연 3부작 전체의 진짜 주인공은 누굴 것인가?! -

그런 의미에서 하던 망상 마저 더 해보죠. 감독이 극동아시아의 국민 감정과 정세를 좀 알고 있다면 다소 어거지이더라도 후속작에선 무샤=일본, 토고칸=한국으로 국적을 분명히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작과는 다소 어긋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팀 공식 엠블렘에 '토고칸 모터스'라고 한글로 적었을 때 부터 설정은 이미 어긋난 거고 말이죠. 국적이 분명해 진다면 물론 쓸 데 없는 감정 낭비와 분쟁도 일어나겠지만, 나름 재미난 상황이 벌어질 거 같습니다. 좋은 의미 나쁜의미 모두 말이에요. 사실 이번 편에서도 헐리웃이 맨날 써먹던 오리엔탈리즘 섞인 극동아시아 캐릭터 구분이 좀 보였지 않습니까. 무샤=음흉한 일본놈 : 돈밝히는 한국놈=토고칸.

'스피드 레이서'란 작품은 어린이 관람가라는 눈높이는 준수하겠지만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영화 안에 끊임없이 세상을 풀어놓으리라 생각합니다. 분명 1편만으로는 단점도 꽤 보이는 작품입니다만 감독이 주인공 스피드를 통해 시스템 혁파에 기대를 걸듯, 저 역시 장차 나올 3편까지 완성되었을 때의 모든 시리즈에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취향에 꼭 맞게 유치찬란하고, 또한 이미 영화의 한계를 넘어 아니메까지 직접 넘보는 영상혁명을 체험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이 기쁨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는 않을거 같아 차기작 제작이 걱정되네요. 역시 웰빙시대에 막대사탕 따윈 팔리기 어려운 걸까요? 모쪼록 어서 2, 3편도 볼 수 있길 빕니다.

P.S : 음악 역시 감독들이 이 영화의 근원을 어디다 두었는지 천명하는 듯 AFKN에서 들어 기억에 남아있는 'Go~Speed Racer~ GO~~!'가 위기 장면마다 수많은 바리에이션으로 반복됩니다. 게다가 엔딩테마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한 곡으로 표현해 주는 엑기스라고 할 수 있어요. 인트로부터 'Go~Speed Racer~ GO~~!'도 아닌 일본 원곡 'マッ~ハ~ Go! Go! Go!!'를 원곡 가사 그대로 넣었습니다. 그 상태로 'マッ~ハ~ Go! Go! Go!!'와 'Go~Speed Racer~ GO~~!'를 번갈아 반복해가며 믹스해 내고, 종당에는 이 후렴구 두 가사를 아얘 동시에 겹쳐 틀어 섞어 버립니다. 완전히 섞인 상태에서 영어가사와 일본어가사가 번갈아서 한 번 씩 치고 나오며 이 메가믹스는 끝나게 되지요. 일본의 '아니메'와 미국의 '영화'의 완전융합을 시도한 이 작품의 정체성을 아주 훌륭하게 드러내는 멋진 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곡 때문에 O.S.T를 살까 고민되는군요;;

P.S2 : 비가 맡은 태조 토고칸이란 캐릭터가 '훠오~!'와 찌질한 분노 밖에 없는 캐릭터라 실망이란 소리도 있던데, 앞서 예를 든 사이버 포뮬러의 주인공 카자미 하야토만 봐도 원래 주인공 급 중 한 명이 처음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찌질한 게 레이싱 아니메의 정석이며 전통입니다(믿는 사람 뇌용량 2mbㄱ-).

P.S3 : '태조'가 '타이조'로 들린다고 시비거는 사람도 많던데,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브레이크'에서 대부분의 출연진이 태극호란 배를 대놓고 '타이쿡'이라고 불렀던 거 보단 훨씬 발음이 나아요. 거기선 더스틴 호프만 혼자 그나마 '태쿡'에 가까운 발음을 내서 지못미했지만...(먼 산)

P.S4 : 딱 2컷인가 3컷 나왔지만 야쿠자 드라이버 역으로 등장한 박준형도 쵸큼 간지났음ㄱ-)b 근데 왜 크레딧에는 Joon Park(J였나 Z였나 헷갈림;;)으로 '형'은 떼어버렸지?;; 본명인가, 아님 새 예명?

P.S5 : 아, 씨밤. 제비호(기즈모호) 발사하는게 젤 보고 싶었는데 왜 있단 소리만 하고 영화에선 안쓰냐_no

P.S6 : 근데 영화에서 그랑프리 때는 차가 6호로 바뀌던데... 그럼 '마하 Go Go Go'가 아니게 되지 않나??;;(マッハ五(ご)号(ごう) - 일본어로 5(五)의 발음도 '고', 호(号)의 발음도 '고우'기 때문에 생기는 말장난. '마하 Go Go Go' 원작 아니메 제목 자체가 'マッハ 5 号 Go(마하 5 호 Go)'도 된단 말씀) 아, 이건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지 '스피드 레이서'의 '맠흐 빠이브'지_no ( <- )
P.S7 : 첫번째 관람 때는 못알아봤는데 두번째 관람할 때 보니 '카사 크리스토' 랠리에서 빅토리 라인을 통과한 직후 주인공이 차에서 뛰어 내리며 취하는 포즈가 원작 아니메의 오프닝 마지막 포즈더군요;;

덧글

  • 벽효-아리수 2008/05/21 12:25 # 답글

    어, 이거 3부작 기획이었어? 그럼 다음편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복면X는 내 첫번째 로망의 형님 캐릭터였거든. 옛날옛적의 해적판 비디오테잎도 가지고 있었는데 사포였는지 뭐였는지를 녹화하는데 써먹었다는 슬픈 과거가 있다만;;
  • lchocobo 2008/05/21 12:45 # 답글

    이게 3부작이었군요. 으음, 재밌을 것 같은데....으음....움직이기는 귀찮고...(먼산)
  • DukeGray 2008/05/21 13:39 # 답글

    이거 수익이 안나서 1부로 종칠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 marlowe 2008/05/21 13:56 # 답글

    결정적인 문제점은 재미가 없다는 거죠. 덕분에 후속편이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일본에는 복면 레이서처럼 (빛의 뒤에 숨은) 그림자 캐릭터가 많은 데,
    카게무샤의 영향일까요?
  • 아레스실버 2008/05/21 15:26 # 답글

    아... 편해지고 싶어요... (아니그게
  • skysurfr 2008/05/21 16:02 # 답글

    재미있게 본사람들도 있으니까 시간좀 끌고 해서 저예산으로라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닌자암살자가 대박치면 가능할것도 같은데...)

    준팍(?)은 박준형 미국이름이라고 합니다.
  • 렉스 2008/05/21 18:47 # 답글

    PS.4 : 헐리우드에서 활동할려면 '형'같이 발음하기 힘든 이름은 떼버려야죠. 흐
  • 로오나 2008/05/21 19:59 # 답글

    저도 엄청나게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두번 봤습니다. 역시 저 키치적인 영상이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실패요인이었다고 보지만요.(사실 스프리틀의 비중을 5분의 1로 줄여놓고 초반의 오버한 개그만 빼놨어도 훨씬 좋지 않았을까) 두번째 봤을 때는 상영시간도 조금 줄여서 군더더기를 쳐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2탄 나오면 무조건 봅니다.

    그리고 원래 레이서X가 나이트 슈마하의 원조 캐릭터라고 합니다. 사실 사포 1기를 보면 마하 고고고필이었고 더블원부터 탈피했으니^^;

    트랜스폰더 엔진의 경우에는 이쪽이 안받지 않을까 싶어요. 사이버 포뮬러도 후에 기업화를 하면서 엔진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화되었지만, 이런 이야기에서 소규모 마이너 레이싱팀의 승리는 엔진도 자체개발로 대기업의 기술력을 극복했다는, 현실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나오는 판국이니.(무엇보다 레슬링 챔피언이기도 한 아버지가 너무 잘나서_no) 게다가 마지막에 마하6에 단 엔진 아무리 봐도 트랜스폰더 엔진보다 잘나보이던데_no(뭔지 설명이 없었던 것도 좀 문제?) 차라리 토고칸 가문과의 배틀을 벌이다가 로열튼이 중간에 석방되어서 돌아오는 등 중간에 일이 일어나고 토고칸과의 연수합격으로 무샤를 두들겨패지 않을지? 역시 이런 쪽 팬으로서는 엄청나게 망상을 전개하게 만들지요.
  • 잠본이 2008/05/21 23:38 #

    그러고보니 그 엔진 보고 '그걸 쓰려고요?'라며 놀라는 장면은 있는데 정작 무슨 엔진이길래 그런건가 하는 설명이 빠져서 '어쩌라구'라는 느낌이 OTL

    저도 개인적으론 재미있게 봤지만 나오면서 걱정이 앞서더군요. '이렇게 오덕스럽게 만들어놓고 과연 일반관객이 들기를 바라는걸까';;;
  • 산왕 2008/05/21 20:15 # 답글

    결국 안보고 지나가야겠습니다;; 네;;
  • karakasa 2008/05/21 22:47 # 답글

    전 참 재미나게 봤는데 수익이 좋지 않다니 아쉽군요 ㅠ ㅅ ㅠ

  • wasp 2008/05/22 01:32 # 답글

    처음 보면 재미있는데 두세번보면 그 재미가 줄어든다고 해야될까요? 이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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