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메가박스에서 TTL 시네마로 보고 왔습니다. 역시나 단상 나열로 정리하자면
-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자기만 알 수 있는, 자기만 보살펴 주는 비밀의 햇살 밀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 좀 더 부연하자면 나를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같은 환타지 역시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종찬(송강호)도 말했다. "밀양이 어떤 곳이냐고예?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다 아임니꺼"
- 만약 그래도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건 '사람'이겠지.
- 언론에서 개봉전부터 황색스럽게 떠들어 대던 이 영화가 기독교 까라거나 빠라거나 하는 얘기는 굉장히 미묘하다. 대사나 소재로 보면 '까'인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 굴복으로 보일지언정 - '빠'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신의 시점이 필요했던 것 뿐이지 기독교가 어쨌는지는 관심이 없단 소리다.
- 사람은 내가 얼마나 고민하는지 내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알게 되면 마음의 안식을 얻는 단순한 동물이다.
- 하지만 정작 사람은 네가 얼마나 고민하고 고통받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누군가와 맞닥뜨리게 되면 "니가 감히 뭘 알아!!"라고 소리치게도 되는 복잡한 동물이다.
- 아마도 신애(전도연)과 기독교, 신애와 종찬 사이는 단순무식하면서도 복잡다난한 그런 관계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란 게 참 모순되는 동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영화.
- 여담으로 보통 전도란 걸 받아 본 사람이라면 느껴본 거겠지만 기독교가 싫어지는 그 순간은 바로 멋대로 '당신은 죄인'이라고 결정해 버리며 그렇게 결정된 '당신같은 불쌍한 사람'에게야 말로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때 일거다. 혹시 진짜 신이라면 그렇게 멋대로 결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정작 말하는 당신은 신이 아니잖아;;
-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다소 멋대로(?)여 보이는 규정 안에서 안식을 찾는 사람을 비웃거나 비난할 필요도 없다. 피해만 안끼치는 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생의 동기를 얻고 착하게 살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니까. 그런 사람까지 비이성적이라느니 예수쟁이라느니 비웃는 건 이 또한 무례의 극치겠지.
- 생각보다 속도가 상당히 빠른 영화. 이야기의 진행이든 인간관계든.
- 가끔 이런 경우가 있는데...그러니까 전도연 같은 경우. '훌륭하지만 조낸 싫어'라는 감정;; 왠지 전도연만 보면 이런 감정이 솓구친다. 개인적으로 비슷하지만 조금 완화된 감정 - 조낸 싫어는 아니고 좋아하진 못하겠다 - 의 다른 예라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들ㄱ-
- 신애가 겪는 기구하기 그지없는 일들도 현실감 없어 보이지만 종찬은 뭐랄까 존재 자체가 허구스러워 보인다. 왤까;;
* 여기서 부턴 5월 29일 추가
- 며칠 더 생각해 본 결과 캐릭터와 사건들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허구스러워 보였던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일종의 하이퍼리얼리즘 같다는 느낌? 너무나도 친근하고 가까운 일상을 주관과 감정을 극도로 배제하고 기계적인 중립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개인적으론 비슷했다는 생각. 이런 느낌이 캐릭터 들에게 감정이입을 억제하게 만들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가졌던 전도연에게 이미지가 더더욱 증폭되어 훌륭했지만 더 싫다는 느낌이...(쿨럭;;) 하여간 깐느 여우 주연상 수상은 추카추카추~-_-)/
- 그리고 어쩌면 일종의 하이퍼리얼리즘을 감상하는 시선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던 나의, 그러니까 관객의 시선이 바로 극 중 신애를 끊임없이 괴롭게 만드는 전지적 시점, 즉 신의 시점을 표현한 것이었는지도 모를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신애가 약국 주인이자 장로인 남자를 꾀어 정사를 시작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는 "...보여?"가 나를 보며 한 말 같아 정말 섬뜩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 신애의 전화벨 소리인 '오페라의 유령'은 신애와 타자 사이를 표현하는 소리인 걸까? 크리스틴을 공포스럽게했던 그리고 결국 그녀를 지켜주기위해 살았던 팬텀 같은. 단순하게 보자면 크리스틴=신애, 팬텀=종찬 이겠지;;
- 뭐랄까 보기전에 "
조낸 재미없으면 너무 예술적이면 어쩌지??;;"란 걱정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음. 하지만 역시 피상적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공감 정도야 가지만 내가 아이를 가져본 적도, 그런 나락으로 떨어져 본 적도 없어서 인지 여전히 현대사에 기반을 둔 '박하사탕'이나 사랑이야기(?)인 '오아시스' 쪽이 더 와닿아..._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