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by Sion

어차피 기한도 6월까지인 쿠폰북 얼른 다 써버리자~ 는 생각에 또 메가박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원래 보려고 생각했던 영화는 아니었으나 새벗 님이나 렉스 님의 블로그에서 포스트를 읽고 묘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말이죠;; 여기저기서 읽어본 감상들도 대체로 평가가 상당히 좋더군요-_-)b 가끔 영화가 무슨 소릴 하고 싶어하는 건지 모르겠다, 불친절하다 란 분도 계시긴 했지만요;;

보고나서 든 생각이지만 확실히 렉스 님 말씀따나 정보가 적은 상태로 볼수록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렇다고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 급의 네타가 있다거나 그런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말이죠^^;
영화는 인트로와 세개의 에피소드 그리고 아웃트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인이 되는 세개의 에피소드 외에 시작과 끝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되네요. 메인은 첫번째 에피소드와 두번째 에피소드가 마지막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하나로 합해지는 형식입니다. 마치 두 사람, 두 가족이 만나 새로운 또 한 가족을 탄생시키듯 말이죠^^;

저는 궁극적으로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가족을 탄생시키는 발단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라(문소리)가 무신(고두심)과 채현(정유미)을 결국 가족으로 받아들였듯이, 선경(공효진)이 어머니 매자(김혜옥)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경석(봉태규)을 가족으로 맞아들였듯이 말입니다. 혈연관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정서적인 유대가 있달까요?

하지만 여기서 측은지심은 단순히 불쌍하게 여긴다 라는 뉘앙스만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습니다만 측은지심 이라는 것은 맹자가 말한 사단(四端)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지요. 사단은 인간의 가장 근본이 되는 네가지 본성 인(仁)·의(義)·예(禮)·지(智)에서 발현된 마음입니다. 측은지심은 그 중에 바로 '인(仁)'이 발현한 마음이지요. 그럼 도대체 인(仁)이란 무엇이냐~;; 똑같은 질문을 이미 공자의 제자인 번지(樊遲)가 했었더군요. 논어 안연편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樊遲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제자인 번지가 스승께 인(仁)을 여쭈어보니 공자께서 가라사대 인(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요, 또 지(知)를 여쭈어보니 공자께서 가라사대 지(知)란 사람을 바로 아는 것이다 라고 하셨다) <- 언제나 그렇듯 날림 의역(쿨럭;;)

그렇습니다. 바로 측은지심이란 인(仁), 궁극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의 발현인 것입니다. 집에 엄마만 두명있는 독특한(?) 집과 혈연관계가 좀 복잡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매라는 다사다난한 두 가족을 비추고 있지만 가족의 형태가 어떻건 결국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이유는 서로간에 흐르는 사랑 그리고 거기서 발현해 쌓여가는 정(情)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정은 별다른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오랜 시간을 같은 밥상머리에 앉아 함께 숟가락질을 섞으며 생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선지 영화에서는 꼬박꼬박 뭔가 같이 혹은 혼자 먹는 씬이 나오고 있더군요. 사실 식구(食口)란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겠죠^^;

그렇게 자란 두 가족의 아이들이 만나 또 다르면서도 같은 하나의 가족으로서의 가능성을 잉태하는 것, 그런게 가족의 탄생이고 세상 사는게 아닐까 싶은 건방진(?) 생각이 드네요^^; 생각해 보면 신기하잖아요? 엔드 크레딧 올라갈 때 나오는 화면처럼 같은 역에서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을 법한 사람들이 인연을 맺고 서로 정을 나누며 한 집에 모여살게 된다는 게요. 새벗 님의 포스트 일부를 빌리자면 이미 나 또는 당신이 그 우연의 벽을 뛰어넘어 태어나 존재하는 현실부터가 환타지인걸요

결국 이 영화는 가족이란 형태가 변할지언정 그 기저를 흐르는 핵심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음... 너무 제멋대로 일방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걸 까나요_no

그밖에는 누구 한 명이랄 것도 없이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에 브라보~-_-)b를 외치고 싶군요. 특히 고두심은 같은 고두심인데 에피소드 1과 3에서 엄청나게 느낌이 다른 무신씨 그리고 문근영 이후 오랜만에 뭐라고 말하기 힘든 느낌을 받게 해준 채현 역 정유미에게 스페셜 땡쓰 투-_-)b(퍽!)

단지 영화 상 모든 가족에서 보이는 부권의 완전한 배제(?)가 좀 아쉬웠습니다만 한 영화가 모든 요소를 다 담아야만 할 이유는 없겠죠^^; 지금 그 자체로도 굉장히 훌륭한 영화구요. 안타깝게도 저에겐 '짝패'와 '괴물'이 남아있어 섣불리 베스트로 꼽을 수는 없지만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아니 영화 중에 손꼽을만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_-)b

P.S : 사족 같지만 일단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가족'이란 가치에 있어서는 극보수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가부장제 극력 옹호자라거나 유생연합 같은 뭐 그런 입장도 아니고 제 생각을 남들에게 얘기하는 편도 아닙니다만 적어도 저에게 신성불가침의 가치가 있다면 그건 가족입니다. 포스트에서 혹시라도 일방적인 흐름을 느끼신다면 그런 성향탓이니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솔직히 가끔 어머니, 아버지를 마더몬, 파더몬 이따위로 부르는 아해들을 보면 조낸 뛰어 올라서 "라이더 키~~~이이이이이익~!!!!!"을 하고 싶을 때도 많...;;(먼 산) 님덜하 제발 나를 "하여튼 요즘 아색히들은~" 같은 소리나 하는 늙은이(?)로 만들지 말아주삼..._no( <- )

P.S 2 : 위의 사단에 대한 제 생각은 책만 조금 읽어봤을 뿐이라 해석이 제 멋대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원래 이 블로그는 어설픈 곳인지라...(먼 산) 물론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와요~-_-)/

P.S 3 : 핫하하~ 내가 또 봉태규(경석)에 감정이입해 보긴 처음이네-┏ 마지막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채현의 "헤픈게 나쁜 거야?"란 질문에 경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제3자로써는 Case by Case, 경험상(?) 솔직한 생각으로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응, 헤픈 건 죄야."(콰쾅!)

P.S 4 : 여고괴담 2 감독이었구나;; 역시 이번 여름엔 여고괴담 2에 도전해야만 한다는 하늘의 계시인가?!_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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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INK 2006/05/25 00:08 # 답글

    음.. 궁금한 것 하나요. 관람을 고려중인데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혹시 '궁상코드'라거나 '소리빽빽(짜증)코드'라거나... '처량코드' 이 세가지에 속하나요? (그럼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서)
  • 렉스 2006/05/25 01:02 # 답글

    - 맞아요. 헤픈건 나쁜겁니다.
    - 부권의 문제는 결국 두번째 에피소드 부분에서 밥 잘 먹고 있는 아들놈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그 '아버지'라던지. 엄태웅 같은 양반들이 재현해내는 것 같습니다. 꺾인 고개, 황당한 소리들.
  • 크리센트 2006/05/25 01:18 # 답글

    처음에 제목보고 "생명의 신비"같은 다큐멘터리물인줄알앗다는...
  • andRe 2006/05/25 07:27 # 답글

    처음의 제목보고 속도위반이 아닌가 하고.. [쾅]
  • 불량먹보 2006/05/25 08:08 # 답글

    마더몬 파더몬...
    마더드래곤이나 파더드래곤도 속하려나...;
    어디선가 날아올 라이더 킥을 조심해야겠군요(......)
  • iubar 2006/05/25 13:59 # 답글

    헤픈거 나쁜거죠. 정말 여고괴담2는 공포 아닙니다. 몇몇장면은 식겁하실지도 모르지만.. 예로 김민선 몸을 막 훓는 손장면같은 거
  • Sion 2006/05/26 01:02 # 답글

    LINK// 전혀 그런 카테고리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 두번째 에피소드는 약간 그런 면이 없진 않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유쾌한 영화인 듯 해요^^;

    렉스// 확실히 그렇게만 나왔다는게 좀 아쉬웠던 건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영화가 너무 뻔해졌을 거 같단 생각도 듭니다^^;

    크리센트// 에~ 확실히 제목만 보면 그럴 법도 하군요_no

    andRe// 그건 '속도위반결혼' 이란 제목이 있잖...ㄱ-

    불량먹보// 절언;; 라이더 킥 맞고 갱생하시...(끌려나간다)

    iuber// '김민선 몸을 막 훓는 손장면같은 거' <- 지금 제 멋대로 상상하면서 달달달~ 떨고 있습니다(쿨럭;;) 역시 보긴 봐야할 거 같은디...;; 방문 감사드립니다.
  • 세루 2006/11/08 13:31 # 답글

    옷, 혹시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역시 있군요!!!!! [감격] 실은 내일까지 제출해야하는 영화비평문 과제때문에 머리를 싸매던 참이었습니다. 작문 선생님께서 지정해 주신건데 한 두어번 봐도 뭐라고 써야할지 감조차 안잡혀서요orz 단순히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을수 있는' 가족과 인간상을 다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실제로 형철이가 우리 외삼촌을 너무 닮았;)

    아, 물론 베끼려는 의도는 저얼대 아니고 좋은 참고가 될것 같다는 얘기였어요 :> 오늘 가서 한번 더 보고 두다다다 써서 내야겠습니다. 날카로운 감상 감사해요-_-/

    사족 : 네, 여고괴담2는 공포영화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어쨌든 그쪽 카테고리는 죄다 극약이라 보진 않았고;) 그보다는 부서지기 쉬운 소녀들의 감성과 한국 교육계의 추악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들었어요. 음....그래도 김민선 몸을 훑는 어둠의 손 같은 장면은 엄청나게 호러스러웠던것도 사실 ㄱ- 아마 전작을 뛰어넘는 상당한 수작이었다고 들었으니 누군가를 동반하고 감상해보시는 것도?'-';
  • Sion 2006/11/08 21:03 # 답글

    세루// 어잌후~ 저야말로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멋진 레포트 작성하시길 빌어요>_< ...그나저나 외삼촌이 대단하시...ㄱ-(퍽!) 역시 여고괴담2는 보고 싶긴한데 역시나 그런 약간의 식겁한 장면들 땜시 아직도..._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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